‘호르무즈’ 봉쇄로 해상·항공운임 동반상승…수출기업 직격탄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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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운임, 이란 전쟁 직전 대비 전방위 상승
유조선 55.3%↑·LNG선 5.8배↑…‘컨’선 급등
항공운임도 덩달아 '쑥'…이달 들어 급등세
수출기업, 물류 차질·비용 상승에 직격탄
‘단기 수혜’ 항공·해운업계도 악영향 우려

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이 지속되면서 원유선·액화천연가스(LNG)선·컨테이너선 운임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이 지속되면서 원유선·액화천연가스(LNG)선·컨테이너선 운임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글로벌 원유·액화천연가스(LNG) 교역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해상운임 상승 등 해운 시장의 충격이 항공 운송으로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비용 증가, 물류 차질 등 직격탄을 맞고 있고, 단기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해운·항공업계도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이 지속되면서 원유선·액화천연가스(LNG)선·컨테이너선 운임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유조선 운임지수(WS)는 지난 12일 중동∼중국 노선 초대형 유조선(VLCC)을 기준으로 348.9를 기록했다.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224.72) 대비 55.3% 급등한 수준으로, 연초(1월 2일 50.49)와 비교하면 7배 가까이 치솟았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교통이 통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현지시간) 오만 시나스에서 액화천연가스(LPG )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교통이 통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현지시간) 오만 시나스에서 액화천연가스(LPG )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중국 노선의 27만t(톤)급 유조선 용선료는 하루 32만 6198달러로 전쟁 직전 대비 49.5% 상승했다. 17만 4000㎥급 LNG 운반선의 스폿(단기)운임과 1년 정기 용선료는 지난 6일 기준 20만 5000달러, 10만 달러로,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 대비 스폿 운임은 5.8배, 1년 용선료는 2.4배 각각 올랐다. 두 운임이 나란히 20만 달러, 10만 달러 선을 넘긴 것은 2023년 10월 6일(각각 20만 2500달러·10만 5000달러)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글로벌 해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컨테이너선 운임도 상승세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3일 기준 1710.35로 전주 대비 221.1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27일(1333.11)과 비교하면 377.24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SCFI가 1700대에 오른 것은 작년 7월 11일(1733.29)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특히 중동 노선 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220달러로 지난달 27일 대비 40.8% 급등하며 미주 동안 노선 운임(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111달러)을 추월했다. 중동 운임이 미주 동안 운임보다 비싸진 것은 2009년 10월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지난 4일 중동 사태로 인해 항공편이 결항하면서 에미레이트 항공 A-380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에 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중동 사태로 인해 항공편이 결항하면서 에미레이트 항공 A-380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에 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상운임 상승에 항공화물 운임도 이달 들어 급격히 오르는 추세다.

홍콩 TAC 인덱스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화물 운임 지표인 '발틱 항공화물 운임지수'(BAI)의 최신 수치(지난 9일 기준)는 직전 주에 비해 대부분 상승했다.

아시아발 고부가가치 화물 수요가 반영되는 싱가포르발 운임 지표는 직전 주보다 47.6% 오른 341로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미국 시카고발 운임 지표는 1032로 일주일 만에 19.9% 올랐고, 영국 런던발은 1291(8.8%↑), 홍콩발은 3430(8.7%↑)으로 상승했다.

종합지수인 글로벌 항공운임지수는 2012로 전주 대비 0.2% 오른 가운데, 세계 각지 노선의 항공화물 운임 상승이 이어지면서 향후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닐 윌슨 TAC인덱스 수석 분석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2월 한 달간 전 세계 항공화물 운송료는 소폭 하락했지만, 이는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닥쳐올 폭풍 전의 고요처럼 보인다"며 "중동 전역에서 대규모 항공편 취소가 발생하고 해상 운송이 크게 차질을 빚으면서 향후 변동성이 커지고 항공운임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해상·항공운임의 동반 상승은 국내 수출기업에 비용 증가, 물류 차질 등 직격탄으로 귀결된다.

특히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선복(선박 적재 공간) 이용 시 장기계약이 아닌 스폿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임 상승에 더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벤처부가 중동 사태가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1일 정오까지 중소기업의 피해·애로 사례를 조사한 결과, 운송 차질과 물류비 상승 등의 문제가 모두 76건 신고되기도 했다.

한 자동화기기 중소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출항했으나 대금결제 지연과 물류비 상승 등의 문제를 겪었고, 한 기계장비업체는 물류비 상승과 선박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다음 달 수출 계획이 무기한 연기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해상과 항공화물 운임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는 영세 수출 기업들에는 운임 상승과 선적 지연 등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항공업계도 단기적인 마진 개선 효과와 별개로 내수 부진, 수요 둔화 등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유와 선박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소비 둔화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길어질수록 호재를 기대할 수 있기보다는 비용 증가와 물동량 감소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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