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으로 제2요소수 대란?…"차량용은 괜찮고 비료가 문제"
"차량용 요소, 중동 수입 비중 5% 미만"
비료용은 중동 의존도 43.7%·국제가격 상승세
"4~6월 농번기 물량 재고 있어…이후가 문제"
경기도 소재 한 공장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계속되면서 온라인에서 2021년과 같은 ‘제2의 요소수 사태’ 재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기우에 가깝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다만,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 비료의 경우 수급 불안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정부가 주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차량용 요소수는 디젤(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2016년 이후 제작·수입된 경유 차량에 장착된 배기가스저감장치(SCR)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요소수 대란의 재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은 중동산 요소 수입 비중이 이전보다 많이 늘어났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2021년에 요소수 부족 현상을 계기로 정부가 중국에 집중돼 있던 수입처의 다변화를 추진했고, 그에 따라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수입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최근 중국산 비중이 10%까지 줄었다거나 중동산 비중이 30%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공격 이후 이란이 카타르와 사우디의 주요 에너지 시설에 보복 공격을 가하면서 요소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이는 곧 국내 요소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온라인에 떠도는 소문의 골자다.
그러나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련 부처는 요소수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요소는 자동차용과 산업용, 비료용 등으로 나뉘는데, 온라인상의 소문은 이런 용도 구분 없이 각기 다른 요소에 대한 정보가 뒤섞여있어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차량용 요소는 품질과 가격, 운송 등의 문제로 중국산 비중이 여전히 높다"면서 "중동 수입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보면 지난해 차량·산업용 요소는 총 30만 4179t(톤)이 수입됐으며, 이 가운데 중국산이 65.4%(19만 8912t)를 차지했다. 이어 베트남산 23.1%(7만 318t), 일본 5.8%(1만 7522t), 카타르 2.5%(7500t), 사우디 2.3%(6990t), 이집트 0.8%(2560t) 등의 순이다.
이번 전쟁으로 에너지 시설에 피해가 발생한 카타르와 사우디에서의 수입량은 합해서 4.8% 정도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산 비중이 10%라거나 중동산 비중이 30%에 이른다는) 온라인상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요소수 대란 이후 수입처가) 다변화하고 있으나 차량용은 중동 의존도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차량용 요소수 제조업체도 2021년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요소수 제품 '유록스'를 생산하는 시장 1위 사업자인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자동차용 요소수는 순도가 높아야 해서 중동산으로는 안 된다"면서 "2021년 대란 이후 요소 비축분도 좀 더 여유 있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요소수 가격도 1년 전과 비교하면 낮아진 상황이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0일 오후 기준으로 서울의 요소수 판매 주유소 194곳 중 193곳은 재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소수 평균단가는 L(리터) 1979원으로, 작년 3월말의 2003원보다 낮다.
재경부 관계자는 "(요소수 대란) 소문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고, 관련 부처들이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공공 비축물량이 있으며, 필요 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1월 12일 부산항 감만부두에 중국산 요소 1100t(톤)을 싣고 입항한 신시아호에서 요소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일보DB
오히려 차량용 요소수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료용 요소의 수급 불안정 문제다. 비료용 요소 수입물량 가운데 중동산 비중이 거의 절반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비료용 요소 수입 중량 34만 9555t 중 카타르산이 19.5%(6만 8200t)로 가장 많다. 사우디 14.3%(5만t), 오만 5.3%(1만 8551t), 아랍에미리트 4.5%(1만 5985t) 등 중동 국가를 모두 합산하면 43.7%에 이른다.
특히, 국내 1위 비료업체인 남해화학의 중동산 요소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작년 수입 중량 6만 6317t), 말레이시아(5만 3079t), 베트남(4만 6046t), 인도네시아(1만 2559t), 브루나이(1만 2305t)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상당 부분을 수입하고 있으나, 국제 비료용 요소 가격은 전쟁 여파로 최근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현재 국제 비료용 요소 가격은 전월 대비 50% 상승했다.
다만, 국내에선 비료에 대해 가격 연동제가 운영돼 당장 이러한 요소 가격 상승이 비료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또 오는 4~6월 농번기에 사용할 물량까지는 재고도 확보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요소 비료와 복합 비료 재고는 5월분 정도까지, 요소 원자재 재고는 6월분까지 있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고 말했다.
비료용 요소는 품질 유지 등의 문제로 차량·산업용과 비교해 비축량이 많지 않다. 비료업체들도 최근 급등하는 원자잿값을 가격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제 요소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국내 비료 가격의 인상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고심하는 모습이다. 요소 비료를 포함해 전체 비료가 농산물 가격에 차지하는 비중은 6.8%다. 요소 비료 가격이 오르면 그에 맞물려 농산물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련 회의를 진행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비료 업체들도 원자재 가격이 너무 높으니 구입을 우려하고, 물량 자체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