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주총 선 셀트리온 서정진…“실적으로 증명”
인천 송도에 1.2조 설비 투자
美 브랜치버그 공장 증설 확정
역대급 자사주 소각·비과세 배당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4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3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단가 하락’과 ‘성장 둔화’라는 이중고를 타개하기 위해 공격적인 설비 투자와 파격적인 주주환원책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1조 2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생산 원가를 낮추는 정공법으로 경쟁사의 저가 공세를 차단하는 한편 1조 7000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단행해 실적 정체 우려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서정진 회장은 24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주총에서 시장의 위기 요인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인도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덤핑을 시작하면서 경쟁 심화로 인해 지난해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11년 만에 주총 의장으로 복귀한 서 회장은 “실적으로 증명하겠다”며 매출 성장을 공언했다.
서 회장은 이날 주총 의장석에 앉아 주주들의 궁금증에 일일이 답하며 소통에 나섰다. 그는 최근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수출 중심 기업이지만 처방약 위주의 사업을 하고 있어 유가나 경기 변동의 영향이 거의 없다”며 “주요 무대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매출에 타격을 줄 만한 요인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올해 사업 계획을 보수적으로 짰지만 분기별 매출은 계속해서 점핑할 것”이라며 “이미 가마감한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보다 낮지 않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이 내세운 해법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이다. 인천 송도 4·5공장 증설에 1조 2265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30년까지 총 57만L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 시장의 핵심 거점인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공장의 증설 규모를 당초 6만 6000L에서 7만 5000L로 확대 확정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이곳의 총생산 역량은 14만 1000L까지 늘어난다. 이는 미국 현지 바이오의약품 생산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외부 위탁생산(CMO) 의존도를 낮춰 원료의약품(DS) 생산을 내재화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설비 투자가 미래를 향한다면 1조 7000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은 현재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재무적 결단에 가깝다. 셀트리온은 약 1조 7154억 원 규모의 자사주 911만 주를 다음 달 1일 즉시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발행 주식의 4%에 달하는 규모다.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강제로 끌어올리는 조치다.
여기에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실시하는 ‘비과세 배당’을 도입한다. 주주환원율은 103%까지 치솟는다. 기업 입장에선 당장 사업에 쓸 수 있는 막대한 현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셈이지만 실적 둔화 우려로 흔들리는 시장 신뢰를 붙잡기 위해 ‘조 단위 비용’을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