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젠 ‘바닷길’로...2032년 ‘무인항해’ 시대 열린다
2032년 국제 규범 발효 선원 체계 재편
자율운항 선박 ‘인전 과실’ 해법으로 부상
1척 당 3500억 선박 ‘750조 시장’ 선점
인공지능(AI)과 물리적 하드웨어를 결합한 ‘피지컬 AI’가 바닷길의 풍경을 새로 바꾸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자율운항선박(MASS) 국제 규범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지난 100여 년간 이어진 선원 중심 운항 체계가 데이터 기반 지능형 시스템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박한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오전 제주 신화월드에서 열린 ‘피지컬 AI의 진화: 자율주행차, 자율운항선박과 로봇’ 포럼에서 “자율운항선박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해운·조선·디지털 기술을 통합하는 글로벌 표준 플랫폼”이라며 “2026년 비강제 코드 채택을 기점으로 2032년 1월 1일 강제 규범 발효라는 거대 로드맵이 이미 가동됐다”고 밝혔다.
IMO는 자율운항선박의 등급별 기술 표준과 안전 기준을 담은 국제 규범을 제정하고 있다. 올해 권고안 도입을 거쳐 오는 2032년 전 세계 발효를 목표로 한다.
박 위원에 따르면 자율운항 기술은 해상 안전의 고질적 난제인 ‘인적 과실’을 정조준한다. 호르무즈 해협 등 분쟁 지역 내 선원 안전 문제는 윤리적 문제 이외에도 막대한 경제적 리스크를 안긴다는 게 박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에너지 수송로가 묶인 상황에서 선원이 타지 않고 육상에서 원격 제어할 수 있다면 AI 시대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위험 해역은 자율운항으로 돌파하고, 입항 등 정밀 조작 구간에서만 전문가가 개입하는 단계적 모델이 우선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가가치 측면에서도 자율운항선박은 ‘바다 위의 반도체’라 불릴 만하다. AI가 탑재된 고부가가치 특수목적선 한 척의 가격은 약 3500억 원 선이다. 이는 1억 원대 프리미엄 승용차 3500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박 위원은 “배 6척만 수주해도 매출액이 2조 원에 육박하는데, 이는 자동차 2만 대 이상을 수출하는 효과”라며 “선원 1인당 사회적 가치가 미국 기준 최대 1500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고 예방에 따른 무형의 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주도권 경쟁은 이미 ‘표준 전쟁’으로 번졌다. 중국은 막대한 인적 자원과 기술력을 투입하며 IMO에 규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박 위원은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는 무서울 정도이며 국제 표준 제안에도 매우 공격적”이라며 “우리나라도 조선 3사 디지털 팀이 국제 코드 제정에 직접 참여하며 한국형 기술의 표준화를 추진 중”이라고 했다. 지난 2024년 ‘자율운항선박법’ 시행으로 해상 시운전 등의 법적 근거를 선제적으로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위원은 “오는 2050년 전후방 산업을 포함한 해양 모빌리티 시장은 75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단순 제조 역량을 넘어 글로벌 표준과 법 제도를 설계하는 ‘룰 메이킹’ 역량이 향후 10년 해상 주도권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