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만취 남성에 뚫린 학교, 검거하고도 풀어준 경찰
지난 9일 해운대구 중학교 침입
지킴이 제지 안 받고 교내 행패
경찰은 신원 확인 뒤 귀가 조치
상가서 소란 신고에 뒤늦게 검거
학교 출입관리·경찰 대응 논란
부산 해운대경찰서 건물 전경
30대 남성이 부산 해운대구의 한 중학교 건물에 무단으로 들어가 학생들에게 폭력적인 언행을 보이는 등 행패를 부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남성은 학교와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 속에 사건 이후에도 주상복합건물 상가에 들어가 소란을 피우다 체포(부산닷컴 4월 10일 보도)됐다. 학교의 외부인 출입 관리와 경찰의 초동 대응 체계가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9일 오후 1시께 부산 해운대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30대 남성 A 씨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했다고 12일 밝혔다. A 씨는 당시 상가 건물 복도와 엘리베이터 등에서 옷을 벗은 채 고함을 치고 배회하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한 상가 관계자의 신고로 경찰에 잡혔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 30분께에도 해운대구의 B 중학교에서 A 씨가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만취 상태로 교문을 통과했다. A 씨는 학교 건물 밖에서 남학생 2명에게 신체를 접촉하면서 말을 걸었다. A 씨는 학생들에게 학교 지하실 위치와 문 여는 법 등을 물으며 접근했다. A 씨는 이후 교실이 있는 학교 건물 안까지 진입해 당시 수업이 진행 중이던 학교 내부를 누비며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돌아다녔다.
A 씨의 언행을 지켜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학교의 외부인 관리 실태에 불안함을 토로했다. 소식을 접한 한 재학생의 가족은 “A 씨가 지하실 문이 열리지 않자, 폭력적으로 문을 발로 찼다고 들었다”며 “학교에 건장한 남자가 무단으로 드나들 수 있다는 실태가 소름 돋는다”고 말했다.
당시 B 중학교 정문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관리하는 배움터지킴이(학교보안관)가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A 씨는 별다른 제지 없이 학교 건물까지 들어갔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학교에서는 교내 스포츠 동아리 행사가 열렸는데, 지킴이가 당시 운동복 차림의 A 씨를 선생님으로 착각해 그냥 들여보낸 것 같다”며 “이후 학교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지킴이 등 학교 관계자들이 A 씨를 제지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의 A 씨에 대한 대응 역시 적절하지 않았다. 학교 교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날 낮 12시께 학교 주변에서 A 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약 10분간 A 씨의 인적 사항 등을 파악한 뒤 A 씨를 학교 주변에서 귀가 조치했다. 경찰은 “학교 측이 A 씨에 대한 처벌 등에 대해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A 씨를 마냥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학교 측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각적인 추가 조치는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A 씨는 집에 가지 않았고, 약 1시간 뒤 인근 상가에서 또다시 소란을 피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다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학생들에게 접근해 행패를 부린 인사불성 상태의 피의자를 경찰이 격리하는 등 적극적인 초동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A 씨가 만취해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이날 오전 해운대구에서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소주 약 8병을 마셨다. A 씨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앞서 중학교에서 벌인 난동과 관련해 폭행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로 입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