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구구조의 행운’을 ‘사회 대개조’의 마중물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영미 동서대 교수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출산율 반등 인구구조 기저효과
정부 위기감 파격적 대책도 작용
지속가능성 법·재정 토대 필요해

청년들의 ‘낳지 않을 합리적 이유’
깨뜨릴 수 있는 건 공동체의 환대
생명 환영받는 부모 안심 사회로

27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2026 부산인구미래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로 행사를 시작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1761@ 27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2026 부산인구미래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로 행사를 시작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1761@

2024년, 끝도 없이 추락하던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어 2025년 역시 증가세를 유지하며 인구절벽의 끝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이 우상향 곡선이 구조적 개선의 신호탄인지, 일시적인 착시인지를 두고 열띤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번 반등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우선 통계적 측면에서 ‘2차 에코붐 세대’로 불리는 90년대생들이 혼인 연령대에 진입하며 수적 우위에 따른 기저효과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동시에 정책적 효능감도 감지된다. 0.7명이라는 극단적 수치에 위기감을 인식한 정부가 주거 지원을 강화하고, ‘6+6 육아휴직제’와 급여 상한액 인상 등 파격적 대책을 내놓으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인구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인구가 급감하는 2000년대생이 부모가 되는 2030년경, 이 우상향 곡선은 다시 꺾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를 정해진 미래로 단정하며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정책적 마중물을 부어 사회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결정적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먼저, 중앙정부는 단기적 보조금을 넘어 청년들이 생애 전반에 걸친 국가의 지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법적·재정적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분절된 예산 체계를 생애주기별 인구 예산으로 재편하고, 현재 유야무야된 인구 전담 부처 설립을 조속히 추진하여 정책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재정 확보는 정책 의지의 가장 정직한 척도이며, GDP 대비 최하위권인 아동가족 지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그 시작이다.

동시에 커리어와 육아의 양립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를 위해 노동시장의 근본적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기업 위주 가족친화제도의 혜택을 중소기업과 플랫폼 노동자까지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남성 육아 참여가 ‘사회적 기본값’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직장 문화를 개조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현장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수천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준다 한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동동거리고 소아과 ‘오픈런’을 해야 한다면 그 돈은 무용지물이다. 24시간 촘촘한 돌봄 안전망을 위해 AI 기반 긴급돌봄 매칭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파트 혹은 지역의 유휴 공간을 청년 부모들의 공동 육아와 커뮤니티 거점으로 공유하는 등 ‘돌봄 공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감한 실험을 시도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법 자체를 ‘환대’로 전환해야 한다. 아이를 향한 따뜻한 눈짓, 유아차를 위해 문을 잡아주는 사소한 양보가 시민사회의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키즈 친화 점포 인증제’나 ‘디지털 환대 지도’ 같은 제도적 설계는 환대의 문턱을 낮추는 실질적 동력이 될 것이다.

청년들이 마주한 ‘낳지 않을 합리적 이유’는 견고하다. 이를 깨뜨릴 수 있는 것은 결국 ‘공동체의 환대’와 ‘가족을 통한 자아의 확장’이라는 감각적 경험이다. 사회 전체가 환대의 시선으로 이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끌어안을 때,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개인의 역량을 확장하는 새로운 장치이자 즐거운 실험이 될 때, 청년들은 비로소 ‘함께 살 결심, 낳을 결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의 인구 전략 또한 양적 접근을 넘어 시민의 행복과 환대 문화가 우상향하는 질적 차별화로 향해야 한다. 부산에 사는 것이 가족의 행복과 삶의 질 측면에서 수도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낫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2025년의 반등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이 통계적 행운을 구조적 축복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 사회 전반의 운영 체제와 문화를 재설계하는 대개조를 시작해야 한다. 모든 생명이 환영받고 모든 부모가 안심하는 사회, 그곳에 우리의 우상향 미래가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