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을 길들이는 이미지 생산자’…사타, AI와 그리는 새로운 풍경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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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도구 확장…10여 년 만에 부산 개인전
“환각은 오류 아닌 작업 위한 필연적 매개체”
1부 컬러·2부 흑백…24일까지 스페이스 이신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새로운 도구로 받아들인 '이미지 생산자' 사타가 10여 년 만에 부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새로운 도구로 받아들인 '이미지 생산자' 사타가 10여 년 만에 부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사타 개인전 ‘할루시네이션 연대기’ 2부 전시에 선보일 작품. 스페이스 이신 제공 사타 개인전 ‘할루시네이션 연대기’ 2부 전시에 선보일 작품. 스페이스 이신 제공
사타 개인전 ‘할루시네이션 연대기’ 2부 전시에 선보일 작품. 스페이스 이신 제공 사타 개인전 ‘할루시네이션 연대기’ 2부 전시에 선보일 작품. 스페이스 이신 제공

10여 년 만에 부산에서 개인전을 여는 ‘사타’(SATA) 작가를 만났다. 과거 포토샵을 활용한 디지털 합성으로 초현실적인 세계를 구축했던 그가, 이제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와 협업을 통해 ‘상상력의 시각화’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키고 있다. 우리 나이로 쉰넷, 1972년생 사타는 AI를 새로운 도구로 받아들인 첫 번째 작업을 선보이며 예술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지난 5일 부산 금정구 스페이스 이신에서 개막한 사타 개인전 ‘할루시네이션 연대기’(Chronicle of Hallucination)는 AI ‘환각’(Hallucination)을 주제로 한 릴레이 전시이다. 전시는 1, 2부로 나뉜다. 1부 전시 ‘여섯 번째 몸들의 증상’은 10일까지 열렸고, 2부 전시 ‘사화(士禍): 검은 피’는 12일부터 시작했다. 1부는 컬러 작업을 모은 것으로 PVC 소재를 활용한 알록달록한 튜브 액자에 담아서 선보였다. 2부는 실체가 없는 글자가 실재하는 비극을 만들어내는 사화의 본질처럼, 그 지독하고 서늘한 순환의 궤적을 흑백의 초현실적 풍경으로 담아낸다.

“2023년 다른 작업을 하다 AI를 맞닥뜨렸는데 파급력이 컸어요. 디지털 수작업의 한계가 느껴질 때였거든요. AI를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초기 AI의 완성도는 처참했고, 명령을 비껴가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은 끊임없이 반복되었습니다. 2025년 AI 성능은 발전했지만, 환각은 여전했습니다. 그 한계와 부딪히며 완성한 첫 번째 전시가 ‘여섯 번째 몸들의 증상’입니다. 2020년 ‘증상 인간’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이 작업은 향후 AI를 계속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도전입니다.”

지난 6일 스페이스 이신에서 만난 '이미지 생산자' 사타. 오프닝 행사 분위기에 맞춰 풍선으로 만든 보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독특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6일 스페이스 이신에서 만난 '이미지 생산자' 사타. 오프닝 행사 분위기에 맞춰 풍선으로 만든 보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독특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사타 개인전 ‘할루시네이션 연대기’ 1부 전시 오프닝 모습. 사타는 직접 주문, 제작한 색색의 튜브 액자 외에도 퍼포먼스를 위해 소파형 튜브와 마이크도 준비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사타 개인전 ‘할루시네이션 연대기’ 1부 전시 오프닝 모습. 사타는 직접 주문, 제작한 색색의 튜브 액자 외에도 퍼포먼스를 위해 소파형 튜브와 마이크도 준비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21세기형 디지털 아티스트 사타는 부산 출신으로 무의식에 내재된 트라우마와 상처를 상상력으로 시각화하고 치유하는 독보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런데 당사자는 ‘디지털 아티스트’ 혹은 ‘사진가’로 불리는 게 영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되묻자 ‘이미지 생산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내키는 대로 이미지를 자르고 붙이며 놀던 일명 ‘호작질’하는 사람”이란다.

이번에 사타가 선보이는 작업은 1부 전시에 20점, 2부에 30점 안팎이다. 사타가 부산에서 여는 전시는 2021년 제5회 부산국제사진제(부산 작가 사타 특별전), 2012년(갤러리 미고 개인전), 2011년(가나아트 부산 2인전), 2011년(도요타 아트 스페이스 개인전) 등으로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전시 때마다 적잖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서울 등 타지에서는 전시를 쭉 이어 왔다.

사타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사타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사타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사타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사타는 AI를 단순한 자동 생성 도구가 아닌, 자신의 상상을 구체화해 주는 정교한 ‘디지털 붓’으로 활용한다. 과거 비전공자로서 독학으로 포토샵을 익혀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듯, 생성형 AI 역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작가가 선택한 새로운 언어라고 볼 수 있다.

사타의 '색한 증후군'. 스페이스 이신 제공 사타의 '색한 증후군'. 스페이스 이신 제공
사타의 작품. 스페이스 이신 제공 사타의 작품. 스페이스 이신 제공

이전에는 직접 촬영한 소스를 하나하나 합성했다면, 이제는 프롬프트(명령어)를 통해 기본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다시 자신의 미감으로 재해석(Re-touching)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지금도 AI로 작업한 게 늘 2% 부족하다고 느끼고, 1000장 가깝게 작업해도 한두 장 건질까 말까 하지만, 마음은 좀 편해졌다고 한다. 대신, 핵심 소재나 인물은 작가가 다 살리고, 배경만 AI에게 맡긴단다. 그래서 “환각은 피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작업을 완성하는 필연적인 매개체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사타 개인전 ‘할루시네이션 연대기’ 2부 전시에 선보일 작품. 스페이스 이신 제공 사타 개인전 ‘할루시네이션 연대기’ 2부 전시에 선보일 작품. 스페이스 이신 제공
사타 개인전 ‘할루시네이션 연대기’ 2부 전시에 선보일 작품. 스페이스 이신 제공 사타 개인전 ‘할루시네이션 연대기’ 2부 전시에 선보일 작품. 스페이스 이신 제공

“2부 작업에 선보이는 ‘사화: 검은 피’를 기점으로 AI의 환각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사실을 지시해도 뻔뻔하게 맥락을 왜곡하고 전혀 다른 정답인 척 결과를 내놓는 AI의 오작동을 보며 한국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비극적인 정치적 할루시네이션인 ‘사화’(士禍)가 오버랩되었습니다. 실체가 없는 글자가 실재하는 비극을 만들어내는 사화의 본질처럼, 그 허무하고도 서늘한 궤적을 예술적 수행으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스페이스 이신 조강제 대표는 “결국 이 릴레이 전시는 낯선 기술과 충돌하며 불안해하던 자아가, 기계의 시선과 오류마저 새로운 사유의 근원으로 껴안으며 절대적 침묵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구도(求道)의 과정”이라면서 “작가는 여전히 자신의 호작질이, 자신의 우주 놀이가 누군가에게 작은 치유와 사유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24일까지 열린다. 16일 오후 2시엔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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