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들 “전삼노가 협상 나서라” 호소…실리적 타결론 ‘급확산’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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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일 사후 조정 앞두고 직원 글 봇물
“수십 조 피해 막자”…노조에 합의 촉구
최승호 위원장 독단 운영 피로감 ‘극에 달해’
“강경 투쟁 그만하고 실리적 타결” 촉구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노조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노조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11~12일 노동부의 사후조정 절차에 본격 돌입하는 가운데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이제는 적정선에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실리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간 강경투쟁만을 고집했던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내에서도 파업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과 리스크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에 반감을 가지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초기업 노조를 대신하는 역할을 적극 수행해서 적정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호소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모인 익명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날 하루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고 끝내자”, “이쯤에서 노조는 결단해라”, “파업까지는 가는 건 리스크가 너무 심하다”는 취지의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한 직원은 “수십조 원이 얼마인지 감도 안 온다”며 “파업까지 가면 리스크가 너무너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성과급 빠지면 안 되는데 제발 협상 잘 되면 좋겠다”고 노조 지도부에 결단을 촉구했다.

또 다른 직원도 “초기업노조 최 위원장은 너무 고집부리지 말라”며 “지금 사방에서 뭐라고 하니 제정신이 아닐 거 같은데 이쯤이면 전삼노가 나서 노사가 함께 윈-윈 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파업을 하면 예산손실이 30조 원에 가깝다는데 너무 일을 크게 벌리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DS 직원들도 강경투쟁에 피로감

특히 주목되는 점은 강경투쟁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던 DS부문 내부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한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초기업노조든 전삼노든 이제는 합의하고 나와라”라며 “코스피 불장에서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수익도 제대로 못 챙기고 있는데 파업으로 주가까지 흔들릴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누구라도 협상 잘 마무리해서 성과급 확정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는 그간 초기업노조 최 위원장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강경 투쟁 기조에 대한 내부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초기업노조가 전삼노 측 ‘공통재원’ 안건을 사후조정 과정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DX부문 중심으로 반발이 커졌고, 공동교섭단에 참여했던 동행노조(SECU)도 이미 이탈한 상태다. 최 위원장의 독단적 행보가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있는 셈이다.

아울러 직원들은 “DX 입장에서 초기업노조가 계속 교섭 대표를 해야 할 명분이 있느냐”, “전삼노가 협상하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다”, “초기업노조 욕심 때문에 일이 여기까지 왔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실제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최근 초기업노조 게시판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의 탈퇴 신청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대한 우려의 글. 독자 제공.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대한 우려의 글. 독자 제공.

■재계 “재협상이 마지막 기회…결단” 촉구

재계에서도 11~12일 사후조정이 사실상 파업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제 그만하고 타결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노조 지도부가 무리한 명분론만 앞세워 사후조정마저 결렬시킨다면 여론 부담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그동안 최 위원장이 DS부문 내 강한 지지를 받아왔지만 정작 그 내부에서조차 ‘합의하고 끝내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다”며 “현장 민심을 외면한 강경 노선이 계속될 경우 과반노조 지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파업 강행 시 30조 피해…“모두가 피해자”

협상을 하루 앞두고 직원들이 합의를 촉구하고 나선 배경으로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천문학적 손실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18일간의 파업 시 DS부문 매출이 최대 5억 9000만 달러(약 8조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리서치는 파업 리스크를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2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여론도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다. 리얼미터가 4월 27∼28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9.3%가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무리한 요구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11~12일 사후조정에서 노조 지도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사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직원들조차 ‘이제 그만하라’고 외치는 상황에서 노조 지도부가 또다시 명분론에 매몰돼 사후조정마저 결렬시킨다면 이는 조합원들의 뜻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보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노조 지도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책임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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