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 땐 피부 섬유화…조기 진단·적극적 수술 치료 ‘중요’
림프부종
암 치료 과정서 발생 ‘이차성’
막힌 곳·남은 기능 진단 중요
손상 림프관 사이 구조체 삽입
재생 돕는 ‘바이오브릿지 수술’
“치료 시기 놓치는 환자 많아
비대칭적 무거움 땐 병원으로”
좋은문화병원 성형외과(림프부종센터) 김주형 센터장은 림프부종 바이오브릿지 수술 200례를 단일 집도의로서는 세계 첫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김 센터장은 “림프관도 동맥경화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딱딱하게 변성된다”라며 “붓기 시작할 때가 림프부종 치료의 골든타임이다”라고 밝혔다. 좋은문화병원 제공
하수도가 막힌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몸의 ‘하수도’ 역할을 하는 림프계가 손상되면 림프액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피부 아래 조직에 고이게 된다. 림프액이 지나가는 길이 손상되거나 막히면 팔다리가 붓는 림프부종이 발생한다.
■암 치료 훈장 뒤 숨은 그림자
부산 좋은문화병원 성형외과(림프부종센터) 김주형 센터장은 림프부종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일차성 림프부종은 선천적으로 림프관이 발달하지 않았거나 기능에 결함이 있을 때 나타난다. 이차성 림프부종은 주로 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다. 암 전이를 막기 위해 림프절을 절제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할 때 림프관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이차성이 림프부종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림프부종은 암의 종류에 따라 발생 부위가 다르다. 팔에 발생하는 상지 림프부종은 유방암 수술의 영향이 크다. 암 전이를 막기 위해 겨드랑이 림프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팔에서 몸통으로 이어지는 림프 경로가 차단될 때 발생한다. 팔이 무겁게 느껴지거나 반지나 옷소매가 꽉 끼기 시작해, 심하면 팔의 굵기가 반대편보다 현저히 굵어진다.
하지 림프부종은 자궁경부암, 난소암, 전립선암 수술 후 자주 발생한다. 다리에서 올라오는 림프액이 골반 부근에서 막히면 발등부터 붓기 시작해 종아리, 허벅지까지 증상이 퍼진다. 다리가 코끼리처럼 굵어지거나 림프관염이 동반되면 고열과 통증을 유발한다.
림프부종은 어느 날 갑자기 심하게 붓기보다는 서서히 진행한다. 국제림프학회 기준에 따르면 0기에서 3기로 나뉘는데, 2기에는 조직 섬유화가 시작돼 피부가 두꺼워지며 봉와직염이 자주 발생한다. 림프부종이 만성화되는 3기 상피병 단계에는 피부가 코끼리 피부처럼 딱딱해지고 지방조직이 과다하게 증식해 사마귀 같은 돌기가 생기기도 한다. 감염 위험이 크고 일상생활도 힘들어진다.
김 센터장은 “림프부종은 단순히 붓는 병이 아니라, 암 치료의 훈장 뒤에 숨은 그림자와 같다”라며 “방치할 경우 피부 섬유화가 진행되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극적 수술 치료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암 환자 외에 외상, 감염, 만성 정맥 부전 등의 이유로 림프부종이 발생하는 때도 있다. 김 센터장은 “암 환자가 아니더라도 정맥질환이나 고도 비만 등으로 림프부종이 발생할 수 있으니, 팔다리의 ‘비대칭적 무거움’을 단순한 근육통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림프 흐름 물리적 복원하는 수술
림프부종의 진단은 환자 병력 청취와 신체 검진에서 시작한다. 암 수술이나 림프절 절제 여부, 방사선 치료 이력, 봉와직염 발생 횟수 등을 먼저 파악한다. 이때 사용하는 진찰법이 스템머 징후이다. 두 번째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의 피부를 집어 올렸을 때 피부가 두꺼워져서 집히지 않으면 림프부종 양성으로 판단한다.
정확한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림프신티그래피, 인도시아닌그린(ICG) 림프조영술, 자기공명 림프관 조영술, 초음파 검사 등을 진행한다. 부종이 나타나기 전 0기 환자의 미세한 수분 변화 감지에는 생체 전기저항 분석도 도움이 된다.
김 센터장은 “림프부종 진단은 단순히 부었는가를 보는 수준을 넘어, 림프관이 어디서 막혔고 기능이 얼마나 남았는가를 찾아내는 과정이다”라며 “특히 ICG 림프조영술은 환자 개개인의 림프 지도를 그리는 작업으로, 정밀한 재건술을 위한 필수적인 사전 설계도 역할을 한다”라고 소개했다.
림프부종 치료에는 보존적 치료, 약물·주사 치료, 수술적 치료가 있다. 보존적 치료는 복합 림프 물리치료로 모든 단계의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다. 약물·주사 치료는 일시적 증상 완화나 합병증 관리를 보조하지만, 림프계의 구조적 손상까지 복구하지는 못한다. 김 센터장은 “보존적 치료만으로 한계가 있을 때는 림프 흐름을 물리적으로 복원하는 수술을 고려한다”라고 말했다.
수술적 치료에는 △기능이 남은 림프관을 인근 정맥에 연결하는 ‘림프관-정맥 문합술’ △건강한 부위의 림프절을 떼어 부종 부위에 이식하는 ‘림프절 이식술’ △손상되고 끊어진 림프관 사이에 특수 설계한 콜라겐 구조체를 삽입하는 ‘바이오브릿지 수술’ △섬유화와 지방 변성이 심한 만성 환자의 비대해진 조직 자체를 줄이는 ‘지방흡입술’이 있다.
좋은문화병원 성형외과(림프부종센터) 김주형 센터장. 좋은문화병원 제공
특히 바이오브릿지 수술은 림프관이 스스로 자라날 수 있게 ‘다리’를 놓아주는 차세대 재생의학 수술이다. 0.3~0.4mm 두께의 콜라겐 스캐폴드로 림프액이 흐를 수 있는 새 통로를 만들어 림프 순환을 회복하는 이 수술은 건강한 림프관이 거의 남지 않은 중증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림프부종 바이오브릿지 초미세수술 200례를 달성했다. 좋은문화병원은 김 센터장의 200례 달성은 미국 스탠퍼드대 부속병원의 기록을 추월한 것으로, 단일 집도의로는 ‘세계 최다’ 기록이라고 11일 밝혔다.
김 센터장은 “세계 최초로 바이오브릿지 수술 200례를 달성했다는 점은 영광스러운 일인 동시에 이 치료법을 더 발전시킬 책무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림프관 재생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첨단 재생 의료법을 활용한 줄기세포 결합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저염식·자가 림프 마사지 ‘도움’
김 센터장은 “과거의 치료가 단순히 붓기를 억제하며 버티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림프관을 다시 살려내고 흐르게 하는 시대가 됐다”라고 전했다. 그는 “암 수술 시 림프절을 절제한 직후 그 자리에서 바로 끊어진 림프관을 근처 정맥에 연결하는 예방적 림프관-정맥 문합술도 최근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림프부종 예방을 위해서는 일상 속 예방 수칙 준수도 중요하다. 수술 부위 주변의 림프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가벼운 압력으로 피부를 쓰다듬는 ‘자가 림프 마사지’를 규칙적으로 시행하면 도움이 된다. 걷기, 수영, 요가 등 저강도 유산소 운동은 권장되지만, 과도한 무게가 실리는 근력 운동은 피해야 한다.
또 림프부종 예방을 위해서 저염식은 필수이다. 고단백 식단과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혈액 순환을 돕고, 적정 체중을 유지해 지방 조직이 림프관을 압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처나 감염도 발생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꽉 끼는 옷이나 장신구는 피하고, 주사나 채혈도 가급적 수술하지 않은 쪽 팔다리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김 센터장은 림프부종 치료의 골든타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언급했다. 그는 “많은 환자가 ‘암 수술 후에는 당연히 붓는 것’이나 ‘시간이 지나면 부기가 빠지겠지’라며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가 상피병 단계로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라며 “림프부종은 0기와 1기 초기 단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수록 결과가 훨씬 좋다”라고 조언했다. 암 수술 후 ‘비대칭적 무거움’이 느껴진다면 병원을 방문해 즉시 치료받는 것이 붕대 속에 감춰둔 일상을 되찾는 지름길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