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릴 때 치고 들어온다”…삼성 노조 총파업 강행에 웃는 中·대만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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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갈등 장기화 국면
총파업까지 일주일여 남아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시급
산업부 장관 “경쟁력 상실하는 순간 나락”

삼성전자 노사가 협상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21일 예고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협상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21일 예고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가 대화는 단절한 채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날로 첨예해지는 상황에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과 대만 등 경쟁국 기업들만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결국 피해는 회사를 넘어 국가경제로 파급이 우려된다며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총파업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해 사실상 감산 체제에 돌입하면서 중국 시장 내 구형 메모리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플래시마켓에 따르면 이번 주 중국 시장에서 PC용 범용 D램인 DDR4 8Gb(기가비트) 호가는 최근 2주 새 20%나 급등했다. 중국 경제일보는 “AI 메모리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 삼성전자 파업까지 변수로 부상하며 시장 불안이 커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1위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CXMT)는 삼성전자의 주력 D램 제품인 DDR5 제품 출하를 늘리고 나섰다. 대만의 난야테클놀로지 역시 삼성전자 파업으로 인한 반사이익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약 3주 만에 55%나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과 중국의 업체들이 이번 총파업으로 인한 빈틈을 공략할 것이 분명하다”며 “한 번 이탈한 고객은 신뢰 등의 문제로도 돌아올 수 있지 않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피해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법원이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더라도 생산 차질과 고객 대응 비용 등을 감안하면 최소 10조~20조 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제조공정 중단이 현실화할 경우 직간접 피해 규모가 100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노사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사측이 노조와 추가 대화를 위한 핵심 쟁점 입장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으나 노조는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6월 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잘 이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6월 7일은 노조가 예고한 파업 종료일이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며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파업을 앞두고 주요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부회장은 “지금이 삼성 반도체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비상 대응체제 가동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후 수단으로서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발동 시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노위 조정 및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14일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산업부 장관으로서는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에서 삼성전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력을 상실하는 순간 2등이 아니라 생존이 어렵게 돼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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