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긴급조정권 발동 전 노사 대화로 협상 타결해야
김 총리 언급 속 이재용 회장 대화 호소
파업 땐 한국 경제 위험… 중국엔 기회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오는 18일 삼성전자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열 예정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사흘 앞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대국민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해외 출장 중이던 이재용 회장도 귀국 직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직접 대화와 타협을 호소했다. 정부와 기업 모두 이번 파업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드러낸 셈이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만큼 상황을 국가 경제 차원의 위기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긴급조정권은 발동 즉시 30일간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지난 2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사용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과 반도체 산업의 핵심 축이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35% 안팎을 차지하고 삼성전자는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18일간 총파업이 현실화돼 생산라인이 전면 중단될 경우 직간접 손실 규모가 최대 100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삼성전자 파업은 단지 한 회사의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단 얘기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실제 세계 시장도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생산라인이 흔들리면 경쟁국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홍콩의 한 언론은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을 두고 “중국 반도체 업체들에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이미 중국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생산 차질까지 현실화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이 자칫 중국과 대만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경고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잃는 순간 한국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2등 추락’이 아니라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핵심은 정부의 압박이나 노조의 강경 대응이 아니라 교섭 테이블이다. 삼성전자 파업 사태의 해법도 강제 개입보다 노사 간 대화와 타협에서 찾아야 한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노동권 보장은 어느 한쪽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긴급조정권은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노사정 관계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파국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측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교섭대표를 교체했고 노조도 기존 대표의 참관을 수용하며 한발 물러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 대 강 대치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지켜내는 일이다. 18일 중노위 조정이 극한 충돌을 막아낼 마지막 대화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