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산병과 갈매기 둥지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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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은 정말 부산일 수도 있다.” 대만의 젊은 여성이 지난해 11월 ‘부산병’이라는 제목의 여행 후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해운대에서 인생 최고의 노을을 보고, 따끈한 전복죽을 먹었다. 인생은 정말 좋다!! 부산은 정말 좋다!!!” 이어 이 여성은 ‘지하철 남자’와 ‘송도 아저씨’를 콕 집어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추억했다. ‘세상의 끝’은 중국어권에서 ‘꿈꾸던 곳’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부산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여행지, 마음이 닿은 종착지라는 뜻이다.

최근 대만 SNS에서는 이른바 ‘부산병’을 호소하는 게시물이 잇따른다. 대만 〈연합신문망〉이 5월 2일 보도한 ‘부산이 대만인들에게 점령당했나?’도 ‘부산앓이’ 현상을 뒷받침한다. 이 기사는 부산 방문 외국인 중 대만이 2위를 차지했는데, 실제 도시 어디서나 대만인들이 많아 마치 대만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여유와 친절, 가성비 등이 부산 열풍의 이유라고.

부산이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각인되는 동안, 정반대의 언짢은 상황도 펼쳐졌다. 오는 12~13일 부산에서 열리는 BTS 공연을 앞두고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린 것이다. 일부 숙박업소의 과도한 요금 책정에 BTS 팬들 사이에서는 부산에서 한 푼도 쓰지 말고, 자지도 말자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도시 이미지를 먹칠할 위기에 시민들이 구원 투수로 등장했다. 부산시 등이 대학·사찰의 숙소 확보에 이어 주택의 여유 공간을 무상으로 내놓는 ‘부산 갈매기 둥지’ 운동을 시작하자 참여가 이어진다. 이 ‘둥지 스테이’는 숙박비, 청소비, 세탁비, 광열비를 일절 받지 않는 무료 나눔이 특징이다. 전용 사이트(k-popstay.wehome.me)에서 호스트로 신청하면 현장 검수를 거쳐 해외 방문객과 매칭된다. 과거 올림픽·월드컵 개최 도시들이 숙소난 해결책으로 홈스테이를 도입했지만 유료였던 점과 대비된다. 특히 금도를 넘는 이익 추구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민들이 직접 둥지 개방에 나선 대목에서는 부산 특유의 ‘창피한 것은 못 참는’ 기질까지 느껴진다.

지금 부산에서는 대도시 주민들이 현관을 열어 낯선 손님을 맞이하는 초유의 실험이 시작됐다. 생면부지의 외지인에게 잠자리뿐만 아니라 한국의 생활 문화 체험까지 선물한다는 점에서 K환대의 탄생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부산이 세상의 끝”이라는 대만 여성의 고백이 릴레이가 되어 전 세계로 퍼졌으면 좋겠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따뜻한 환대, 그것이 부산의 경쟁력이다.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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