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신노년 세대와 선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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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고령층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년층이 주로 정보를 얻는 경로가 TV나 신문, 라디오 등의 전통 매체보다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 플랫폼이 월등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 추출 과정의 엄밀성 측면에서 해당 조사 결과를 무조건 일반화하기에는 학술적인 제약이 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과거 고령 세대의 소통을 지배했던 기성 미디어의 빈자리를 디지털 소통 채널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노인들 역시 이를 매우 주도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노년층의 정보·소통의 패러다임은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오늘날의 노년 세대는 더 이상 과거의 관념 속에 갇혀 있는 ‘의존적 고령층’이 아니다.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적 역량이 풍부해졌다.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안목 또한 다변화하고 있다. 정보 유통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노인들이 직접 지식을 선별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생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기성 정치권과 선거 행정이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다각화된 노년의 삶과 고도화된 요구를 수용하기에 정치권의 시야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얽매여 있는 듯하다.

이 같은 ‘신노년 세대’의 주체적인 면모는 이번 6·3 지방선거 투표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투표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다양한 세대의 유권자가 줄을 섰다. 자녀 손을 잡고 동행한 부모들의 진지한 표정 속에서 성숙해진 선거 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선거 때마다 거리를 가득 채우는 소음과 후보자들의 일방적인 공약 낭독에 귀를 기울일 유권자는 이제 많지 않다. 후보자들의 홍보 전략 또한 진화하는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춰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최근 후보자들은 유권자와의 접점을 넓히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많이 활용한다. 특히 향후 수년 내에 고령층으로 편입될 2차 베이비 세대 등 미래의 노년층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정보 검색에 매우 능숙하다. 이들에게 과거 소음만 가득하던 아날로그식 선거운동은 단순한 공해이자 피로감을 주는 요소다.

과거 한 노인복지관에서 들었던 한 어르신의 말씀이 다시 떠오른다. 그는 “이제는 맹목적으로 특정 정당의 기호만 보고 투표할 시기가 아니다. 우리 노인들이 앞장서서 공약을 면밀히 따지고 인물 됨됨이를 검증해야 후손들에게 떳떳하고 보탬이 된다”고 강조하셨다.

소속 정당의 배경만을 앞세워 무조건적인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이제 안된다. 길거리에서 확성기로 대중가요를 틀어대며 유권자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구태의연한 선거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다양한 뉴미디어를 이용해 주도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검증하는 ‘스마트 노년’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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