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향하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재선거는 이견
민주, 특검·개헌 가능성 열어둬
재선거엔 여야 온도차
국조특위 구성 협상 본격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선관위 관리 부실로 시민 불만이 높아지자 국조 실시에는 합의했지만, 재선거 문제를 둘러싸고는 온도차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8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국회의장에게 신속한 본회의 개최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 원내대표는 선관위를 소관했던 전반기 행정안전위 소속 의원들을 국정조사에 참여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또 국정조사와 별개로 원내 선거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도 설치해 관련 법률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검과 개헌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 원내대표는 “선관위가 독립기관으로서 감시와 견제의 원리가 작동되고 있는지, 안 되면 개헌을 통해서라도 견제받을 수 있도록 검토하고 전면 재구성까지도 고민하고 있다”며 “국정조사와 동시에 모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고 특검도 필요하다면 염두에 두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선거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한 원내대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법원의 신속한 결정을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본질을 흐리지 말고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나타난 부실한 선거 관리가 본질”이라며 재선거 주장을 일축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문제가 발생한 지역에 한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도 이날 국정조사 요구서를 당론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에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청했고 당론으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에 더해 재선거 필요성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은 재선거를 원하는데 어물쩍 국정조사로 넘어가려 하거나, 여당이 추천한 특검으로 대충 뭉개고 가려 하거나, 선관위 직원 몇 명 교체로 끝내려 한다면 들불처럼 타오른 국민의 분노를 절대 잠재울 수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국민 전반이 불신하는 사전투표도 없애야 한다”며 사전투표 폐지도 주장했다.
여야가 8일 각각 요구서를 제출하면 국조 기간·대상·범위와 특위 구성을 두고 협상에 들어간다. 합의가 이뤄지면 다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실시 계획서가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도 선관위 사태에 대해 메시지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추진을 요청했다.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 구성도 지시했다. 선관위를 향해서는 “조직 운영과 선거 관리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점검과 함께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강도 높은 쇄신과 개혁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 4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과 회동을 갖고 선관위 사태를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1·2호 법안으로 선관위 관련 법안 발의를 예고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이날 또 다른 선관위 개혁법 발의를 예고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대법관이 겸임하는 비상임 명예직에서 상임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한 의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이면서도 그 수장이 상시적으로 조직을 관리하지 않는 구조는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결정에 불복하면 법원이 최종결정을 해야 하는데, 선관위와 법원이 구조적으로 한몸처럼 밀착되면 공정한 재판에 대한 합리적인 우려가 생기고 선관위는 더욱 더 막강해진다”며 “막강한 선관위에 법원이라는 극강의 ‘뒷배’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