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새 책]엊그제 부산을 걷다 외
■엊그제 부산을 걷다
오늘날의 구포가 된 감동포에서부터 시작해 ‘부산을 노래하는 글로벌한 팝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부산을 종횡무진으로 누빈 여행가이드형 에세이다. ‘부산 도심에 전통문화가 없다’나 ‘불편함의 관광상품화’까지 새로운 시각을 담은 이야기에 눈길이 간다. 자신을 키운 도시에 대한 마지막 헌사로 읽힌다. 김성창·박명섭 지음/퍼플/318쪽/2만 5000원.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
에디토리얼 디렉터이자 작가이자 번역가인 저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열두 권과 열두 점의 표지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작가만의 시선으로 연결해 문학의 서사와 표지 그림 사이에 놓인 평행우주를 펼쳐내 보인다. 고전의 예술가들에게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라고 묻는다. 최혜진 지음/민음사/408쪽/1만 8000원.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돈에 대한 불안은 사실은 누군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광고와 SNS 등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불안을 부풀리는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돈만 있으면 불안은 사라진다’는 생각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하기 쉬운 착각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다우치 마나부 지음/김정환 옮김/부키/272쪽/2만 원.
■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안정과 불안, 유용함과 무용함, 자연세계와 물질세계의 미묘한 경계를 그려내며 여운을 남기는 60편의 짧은 글들은 무심코 지나쳤던 감각들이 돌연 솟아나는 경험을 하게 한다. 그리고 낡고 사소한 것들이야말로 우리 삶의 ‘주제’로 삼을 만하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아키코 부시 지음/박지영 옮김/멜라이트/192쪽/1만 6800원.
■당신 가슴에 품은 칼
80대 부산 지역 소설가인 신태범 작가의 두 번째 작품집. 무한 경쟁과 각자도생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점점 거칠어지고 황폐해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집요하게 포착한다. 서로를 밀어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그 속에서 뒤틀리고 파열되는 존재의 내면과 삶의 균열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신태범 지음/전망/248쪽/1만 5000원.
■딸기 이론
여성 이주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김숨 작가의 신작. 편지를 쓰는 주인공은 한국 어느 딸기밭 비닐하우스에서 7년째 숙식하며 일하는 미얀마인 여성 노동자 ‘샤빼’다. 편지는 “나는 한 사람으로 왔어”라는 선언으로 시작돼 곧 “너도 똑같아”라는 ‘너’를 향한 호명으로 이어진다. ‘너’는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 노동자 ‘보파’다. 김숨 지음/민음사/344쪽/1만 8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