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귀엽지 않은 할머니의 미래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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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책 표지. 북하우스 제공 <피날레> 책 표지. 북하우스 제공

귀여운 할머니 바람이 계속 이어진다. 서점 진열대와 SNS에 명랑한 얼굴의 할머니들이 늘고, 어떤 책은 아예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를 제목으로 내걸었다. 요즘 젊은 여성들에게 귀여운 할머니는 장래희망이 됐다.

그 할머니들이 손에 쥔 것은 뜨개질거리나 허브 모종, 밀가루 반죽 또는 잘 닦여진 명품. 무해하고 명랑하게 이들은 신문물을 받아들이며 무리 없이 이 시대와 어울려 나간다.

젊은 여성들이 귀여운 할머니를 꿈꾸게 된 것은 그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귀여운 할머니는 지금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노년 여성의 긍정적 모델이자 실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유순하게 지내는 것은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다.

노년의 낙인이야 남녀를 가리지 않지만, 책은 나이듦에도 이중잣대가 있다고 말한다. 나이 든 남성에게선 지혜를 찾으면서도, 나이 든 여성에겐 늙은 몸을 먼저 거론하는 사회에서 귀여움은 꽤 괜찮은 노년기 전략처럼 보인다.

다만 선택지가 너무 적지 않는가. 책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타고나기를 귀엽지 않은 여성들은 어떻게 늙어가야 할까. 저자는 세상에 끝까지 아득바득 말썽을 일으키며 강하게 살았던 여성 9명에게 주목한다. 이들의 삶은 무해함과 거리가 멀다. 나이 예순에 스무 살 연하 남편을 맞이하고,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마지막까지 유화 붓을 놓지 않았다.

끝까지 강하게 존재했던 맵찬 여성들의 노년 연대기를 읽다 보면 혀를 내두르다가도 속이 시원해진다. 나이야 누구나 먹지만 늙는 방식까지 모두가 점잖을 필요는 없다. 더 많은 불온한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이 발명돼야 노년도 좀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수전 구바 지음/정지인 옮김/북하우스/592쪽/3만 3000원.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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