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국이 만들어낸 협상 테이블… 쟁점 둘러싼 이견은 여전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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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헬기 격추로 양국 긴장 고조
카타르·파키스탄, 적극 중재 나서
동결 자산·해협 통제권 등 입장차
"미, 핵심 쟁점 뒤로 미루는 전략"

지난 11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 압바스 해변 인근에서 아이들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지켜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종전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이 임박했다고 강조하며 종전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 압바스 해변 인근에서 아이들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지켜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종전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이 임박했다고 강조하며 종전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군 아파치 헬기 격추사건 이후 미국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했고 이란은 페르시아만의 미군 기지를 공습하며 중동 갈등은 고조될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중재국들이 새로운 내용이 담긴 평화 협정 초안을 제시하며 상황은 진전됐고, 미국과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조율하고 있다. 여전히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의 동결 자산, 해협 통제권, 핵 문제 등이 남아 있지만, 미국은 이란을 일단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1시께(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이란의 위협을 감시하기 위해 야간 정찰 중이던 미군 아파치 헬기 바로 앞에서 이란 드론이 폭발했다. 이 폭발로 드론의 적외선 유도 장치가 조종사의 무릎에 떨어져 비행복 일부를 태웠고 드론 잔해가 헬기 내부에 박혔다.

헬기는 추락해 물에 빠졌고, 정신이 혼미해진 두 조종사는 남은 조종석 덮개를 벗어던지고 헬기가 가라앉기 직전 헬기의 회전 날개를 피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두 시간 동안 물 위에 떠 있다가 무인 드론 보트에 의해 구조됐다. 사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명령하고 민간 기반 시설 공격을 위협했다.

이에 이란은 페르시아만의 미군 기지와 동맹국들을 공격하며 보복했다. 이후 카타르와 파키스탄 외교관들이 급히 파견돼 중재에 나섰다.

전환점이 된 것은 10일이었다. 카타르 외교단이 테헤란 방문에서 새로운 내용이 담긴 평화 협정 초안을 갖고 돌아왔고, 파키스탄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합의가 임박했음을 확신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에 하겠다고 예고했던 사흘째 공습을 취소했다.

중재국들은 이번 합의가 호르무즈해협을 재개방하고 미국의 이란 봉쇄와 관련된 제한을 완화하는 데 거의 근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란 핵 프로그램과 해외 자산 동결 해제 등 다른 문제들은 추후 협상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히 남아있다. 카타르 당국자는 이란의 동결 자산 수십억 달러, 해협 통제권,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 등에서 미국과 이란 간 입장차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계속해서 동결 자금의 조속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이후 최종 합의안으로 추정되는 문서가 유출됐는데, 이는 이란에 우호적인 것이었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표했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그는 참모진에게 합의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이란이 약속을 이행하기 전 자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반박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12일 미 고위 당국자는 이란이 합의 사항을 완전히 준수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제재 완화나 자금 동결 해제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대언론 브리핑에서 재확인했다.

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가장 논쟁적인 쟁점들을 뒤로 미룸으로써 일단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 당국자들은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과의 MOU 서명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주 프랑스에서 열리는 G7 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에게 호르무즈해협 감시를 강화하고 이란이 합의 조건을 준수하도록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MOU 체결 가시화 소식에도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세를 확대했다. 13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 20개 마을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린 뒤 대대적인 공습을 실시했다. 이번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 알리한 지역 시장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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