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딜레마 빠진 재개발·재건축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
아파트 재개발·재건축이 기회에서 부담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집값이 상승할 때마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 바로 재건축이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부산 부동산 시장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이러한 과거의 공식이 더 이상 맞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금정구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는 감정평가 결과가 공개된 이후 조합원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기대치에 턱없이 못 미치는 감정가 탓에 향후 내야 할 추가분담금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전용 84㎡의 경우 현재 매매가가 최고점 대비 낮아져 4억 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돈을 내고 재건축을 하느니 차라리 지금 파는게 이득”이라며 급매물로 내놓는 경우도 증가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 곳곳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재개발구역과 재건축 아파트들이 거대한 ‘딜레마’에 봉착한 모습이다.
재건축 아파트 약세는 부산 부동산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R114의 2025년 1월 이후 재건축 아파트 매매 변동률은 -3.53%로 나타났고, 같은 기간 일반 아파트가 2.13% 상승한 것과 대조를 보인다.
과거 부동산 시장의 대장주 역할을 하던 재건축이 이토록 외면 받는 가장 큰 원인은 폭등한 공사비와 장기화된 고금리 기조에 있다. 팬데믹 이후 2024년부터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건축 원가가 30% 수준으로 올랐고, 이는 고스란히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추가분담금 증액으로 이어졌다.
과거 재건축 사업의 비례율이 100~110%를 유지했다면, 현재는 자재비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비례율이 70%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줄어든 30%의 사업성이 고스란히 조합원의 부담으로 얹어지는 구조적 모순이 가격 하락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재개발도 실상은 마찬가지다. 증가한 추가부담금에 대해 재건축보다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구역마다 사업 진행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결국 지금의 부산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높아진 비용 부담으로 인해 ‘사업성이 낮은 아파트’는 지연되고, ‘우수한 입지의 아파트’로만 자금이 쏠리는 극단적인 자산 양극화 단계에 진입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승하기 어려운 자산을 처분하고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똘똘한 한 채’로 쏠리고 있다. 이러한 주택의 편중 현상이 지속된다면 다양한 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위축시키고 부의 집중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