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코스피 왕좌 교체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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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대장주의 역사는 철강, 전력, 통신, 정보기술(IT) 제조업 등 주력 산업의 변화와 일치한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종목은 연말 기준 1988년 포항제철, 1989~1998년 한국전력이었다. 삼성전자는 1999년 7월 29일 한국전력을 제치고 처음 코스피 시총 1위에 올랐다. 하지만, 1999년 연말 기준 대장주는 한국통신(현 KT)이었다. 삼성전자는 이후 한국통신과 엎치락뒤치락하다 2000년 11월 21일부터 약 25년 7개월 동안 대장주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22일 증시 새 황제의 대관식이 열렸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보통주 기준으로 사상 처음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른 것이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080조 3782억 원이었고, 삼성전자는 2066조 6595억 원을 기록했다. ‘삼전닉스’에서 ‘하닉전자’로 뒤집힌 것이다. 다만 우선주까지 포함한 기업 전체의 시가총액은 이날 삼성전자가 약 2240조 원으로, SK하이닉스보다 약 160조 원 많았다. SK하이닉스의 시총 1위 등극은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수퍼사이클 속에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선점 효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 등에 기인한다.

SK하이닉스의 출발점은 현대전자다. 현대전자는 1999년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했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와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가 겹치며 2001년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같은 해 하이닉스반도체로 이름을 바꿨고, 이후 채권단 관리 아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후 미국 마이크론과의 매각 협상이 추진됐고, 2003년 21대 1 감자 과정에서 주가는 한때 135원까지 떨어졌다. 전환점은 2012년 SK그룹 편입이었다. SK그룹은 3조 4267억 원에 하이닉스를 인수했고, 회사는 SK하이닉스로 새출발했다. 인수 첫해인 2012년에도 227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꾸준히 이어 갔다. 파산 위기에 몰렸던 동전주의 대장주 등극은 증시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언더도그의 반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4일 2거래일 만에 코스피 1위를 탈환했다. 9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기대감으로 주가가 10%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은 이날 1990조 6579억 원이었고, SK하이닉스는 1838조 7721억 원이었다. 두 기업의 코스피 왕좌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그러나 누가 대장주가 되든 두 기업에 코스피 전체가 좌우되는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은 풀어야 할 과제다. 반도체 산업의 온기가 코스피와 코스닥에 골고루 퍼졌으면 한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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