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투자 PK 홀대론에 피지컬AI 꺼낸 청와대 정책실장
"호남·충청 반도체 공장 등 집중" 비판에
동남권 달래기 '립서비스' 한 게 아니길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균형발전을 대한민국이 살 길이라 부르짖어온 이재명 정부가 대기업 지방 투자 유치라는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삼성·SK 등 반도체 대기업과 손잡고 호남·충청권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에 나선 결과다. 기업들은 해당 지역에 대한 세부 투자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조만간 수백 조 원 규모의 투자 단행 계획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에 가장 걸맞은 듯한 이 같은 대기업 지방 투자 결과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기업의 자율성 훼손과 비효율 우려가 가장 큰 비판이지만 특정 지역 우선 투자로 인한 타지역 홀대론도 불거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가칭 ‘국토공간 대전환, 지방균형국가’를 주제로 민관 합동 대국민 보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보고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보고회를 기점으로 SK와 삼성 측은 광주와 전남에 반도체 클러스터나 집적회로 제조공장 건립 계획을 구체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내달 충남 아산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 발표도 앞둔 상태다. 이에 수도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반도체 관련 산업에 필수적인 전기와 용수, 인력 등 입지 조건에 대한 타당한 설명도 없이 정부 주도식으로 추진되는 기업 이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 투자 지역을 정부가 선정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비효율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무한 경쟁상태에 놓인 반도체 산업에 있어 비효율은 곧 경쟁력 상실을 의미할 수도 있어서다. 이 같은 비판과 우려는 결국 특정 지역 우대론이나 타지역 홀대론으로까지 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홀대론이 비등하자 청와대는 부랴부랴 또 다른 구상을 들고 나왔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24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피지컬AI는 연관 산업”이라며 “동남권은 피지컬AI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동남권에서는 제조업이 모여 있으므로 피지컬AI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중이다.
국가의 모든 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된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려는 정부의 고심은 이해가 가는 바이다. 장기적으로 수도권에 몰린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다면 옳은 방향성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기업이 옮겨갈 수 있는 입지 조건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 돼야 옳다. 정부가 투자 지역을 선정할 게 아니라 전기와 용수, 인력 등의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동남권을 피지컬AI 중심이라 규정했다면 걸맞은 입지 조건 조성을 위한 일부터 해야 한다. 대기업 투자를 위한 입지 조건 조성 등의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청와대발 이번 발언은 그야말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