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전재수TV' 생중계가 보고 싶다
이대진 TV방송국 총괄부장
기자들 자주 보겠다는 당선인 의지
시정 공개해 대시민 접점도 늘려야
전임 시장들 폐쇄적 행정 '반면교사'
투명하게 소통하는 전재수호 기대
2026년 6월은 8년 전과 묘하게 닮았다. 부산시청 2진 출입기자 시절 지방선거가 펼쳐졌고,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선거 직후 오거돈 당시 당선인의 인수위가 출범했다. 사무실은 지금과 같은 부산상수도사업본부 건물에 차려졌다. 1995년 민선 도입 이후 첫 지방 권력 교체에 너도나도 우왕좌왕했던 기억이 있다. 팩트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인수위 앞을 서성였지만, 별 수확은 없었다. 사무실 칸막이는 높기만 했고, 기자들은 ‘입구 컷’ 당하기 일쑤였다. 폐쇄적으로 운영된 인수위, 그리고 이후 펼쳐진 시정의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다. 초장부터 측근 실세가 시정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나왔고, 오 시장은 그와는 무관하게 부산 전체를 부끄럽게 만든 범죄로 낙마했다.
오 전 시장은 부산시 정무부시장과 행정부시장을 거쳐 해양수산부 장관과 대학 총장까지 두루 역임한 자타공인 행정 전문가였다. 하지만 정작 300만 시민의 염원을 받든 시장이 되고서는 일 잘한다고 평가하는 이를 보지 못했다. 임기를 다 채웠다 한들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오 전 시장에 비춰, 지방행정 경험이 전무한 전재수 당선인이 부산시를 잘 이끌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4개월 남짓 해수부 장관직을 수행하며 이뤄낸 굵직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정과 시정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때론 중앙정부를 상대로, 때론 지역사회 안에서 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얽힌 난제를 ‘머리 굵은’ 관료들 손바닥에 놀아나지 않고 무탈하게 조율해 나갈 수 있을까.
전 당선인은 최근 시청 기자실을 찾아 “역대 부산시장 중 가장 자주 기자들과 만나겠다. 일 잘하는 공무원을 추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민 목소리를 대변하고, 시민을 대표해 질문하는 기자와 소통 기회를 늘리겠다는 생각은 훌륭하다. 그러나 너무 신뢰하지는 마시라. 기자도 사람인지라 순수한 의도로만 인재를 추천하리란 보장은 없다.
행정 초보로서 빠르게 시정을 파악하고 조직을 장악해, 당면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책은 뭘까. 시민을 대신해 시청과 구청 행정을 십수 년간 살펴본 경험을 바탕으로 제안 드린다. 부산시 업무보고와 주요 회의를 생중계하시라. 시민들은 이미 이재명 대통령 사례를 통해 그 효과를 알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에서 시작해 마지막 순서로 갓 부산 이전을 마친 해양수산부를 찾아 생중계로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수석보좌관 회의, 타운홀 미팅 등 다양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국민과의 접점을 늘렸다. 생중계 장면은 수많은 뉴스거리와 파생 동영상을 만들어 내며, 멀게만 느꼈던 국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통령의 질의에 진땀 흘리는 기관장, 막힘없이 답변하는 실무자 등을 지켜보며 ‘국민주권정부’의 효능감을 생생하게 맛봤다.
국정과 마찬가지로, 시정도 생중계 장점이 많다. 우선, 시민들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다. 둘째, 공무원의 실력을 가늠하는 자리가 된다. 셋째, 자연스럽게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넷째, 행정 투명성과 시민 소통 강화라는 대의명분도 챙길 수 있다. 이미 라이브 효과를 알아채고 앞서나간 당선인이 여럿 있다. 가까이는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인이 대표적이다. 김 당선인은 선거 직후 ‘시내버스 개선 간담회’를 시작으로 울산시민과의 대화, 인수위 출범 이후 업무보고까지 꾸준히 생중계로 진행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의 비공개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재수 당선인은 공직사회의 친절함을 강조한다. 유능함과 겸손함을 겸비했을 때 친절이 나온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만의 철학이다. 유사하게, 20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하면서 몇 가지 경험칙이 생겼다. ‘기자에게 너무 잘해주는 사람을 경계하라’, 반대로 ‘기자를 너무 기피하는 이들도 의심하라’는 것이다. 전자는 ‘불가근불가원’이란 저널리즘 원칙과 맞닿아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헌법기관이란 이유로 언론 감시마저 회피해 온 선거관리위원회이다. 부산시장이 기자를 만나 여론을 듣고 사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자주 가질수록, 친절의 철학과 시정 비전에 공감하는 채널이 늘어날 것이다. 이에 더해 ‘대시민 보고회’로서 시정 생중계를 적극 활용한다면, 300만 시민의 눈과 귀를 등에 업을 수 있다. 소리 소문도 없이 추진한 이기대 퐁피두센터 분관, 100억짜리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 등 전임자의 폐쇄적인 행정을 시민들은 기억한다. 반면교사 나침반을 달고 닻을 올릴 ‘전재수호’의 순항을 기원한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