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류 정치가 일류 기업 팔 비틀어”… ‘호남 반도체 투자설’에 국힘 맹공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등 26일 간담회
“전당대회 앞두고 정치적 계산” 비판
전력 수급 측면 최적지 아니란 반발도
“기업은 배임, 정부는 직권남용” 주장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민간 전문가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설이 부각되자 정부와 여당을 향해 “4류 정치가 글로벌 일류 기업들 팔을 비틀고 있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차기 전당대회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정부가 정치적 계산에 매몰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의원,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김미애 의원 등은 26일 국회에서 ‘4류 정치가 일류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를 주제로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를 열 계획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충청권에 반도체 관련 투자 계획을 공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경제적 고려 없이 오직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이나 전당대회 같은 눈앞의 정치적 계산에만 매몰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무리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국가의 미래 자산을 정치적 이벤트에 맞추려는 것으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입지와 투자는 기업의 전략적·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정치권이 무리하게 개입하면 반도체 산업 경쟁력 자체가 허물어질 것”이라며 “외압에 밀려 기업 이사회가 불합리한 결정을 내리면 상법상 이사회 충실 의무 대원칙을 위반하는 결과가 돼 결국 주주와 국민 모두에 큰 피해를 주게 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민간 전문가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력 수급 측면에서도 반도체 클러스터를 호남에 구축하는 게 최적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동진 의원은 이날 발제에서 “용인 삼성전자 국가산단 팹 6개가 10GW(기가와트), SK하이닉스 일반산단 팹 4개가 5.5GW를 필요로 하는 등, 팹 1기에 평균 1.5GW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민주당은 새만금 등의 태양광 재생 에너지를 강조하는데, 전국에서 가장 큰 새만금 태양광 단지도 설비 용량이 0.3GW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부지 선정과 검토에 보통 5~7년이 걸리는데,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에너지원이 풍부한 남쪽 지역으로 기업이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 후 호남 투자 이야기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공식화됐다”며 “정치가 일류 기업 팔을 비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애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국가는 기업이 경영을 잘할 수 있게 지원하고 필요할 때 국가가 관리하면 된다”며 “반도체는 정치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좌우할 국가전략산업인 만큼 정치가 아니라 시장 논리, 국가 경쟁력이란 원칙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태양광 발전과 재생에너지 기반 반도체 클러스터의 불안정성 등을 지적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구축 전 부지, 전력, 인재 정주 여건 등 조건이 선결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은 ‘정치적 계산’에 매몰됐다며 기업을 압박해선 안 된다고 연이어 강조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국가 핵심 전략산업인 반도체까지 민주당 전당대회 당권 다툼을 위한 정치적 소모품으로 전락시켰다”며 “친명계 당권 주자인 김민석 총리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SNS를 통해 “(기업은) 부당한 권력의 외압에 굴복해 국가 경제와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배임의 우를 범하지 말라”며 “오직 글로벌 초격차 생존을 위한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당당히 맞서라”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SNS에 “대한민국 1년 치 예산의 절반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법적 근거도 없이 민간 기업의 자본으로 청와대가 주도해 특정 지역을 점찍어 투자를 요구하는 건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