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봉쇄 위기에 놓인 호르무즈, 경제 충격 대비해야
미국-이란 해협 주도권 싸움 낙관 어려워
고환율·고유가 기업·가계 부담 최소화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자 국제유가가 급등한 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봉쇄 위기에 놓이면서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덮치고 있다. 이란은 12일 지정 항로를 벗어났다며 상선을 공격했고, 미국은 종전 양해각서(MOU) 위반이라며 공습으로 보복했다. 이란이 해협 재봉쇄까지 선언하면서 중동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MOU가 끝난 것 같다”는 말이 현실이 되어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 전 세계 공급망은 또 마비될 수밖에 없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에너지 안보와 물가, 수출입 물류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 변수다. 회복 국면에 진입하려는 국내 경제가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도록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당장 공급망 위기로 이어지는 한국 산업 구조의 취약성이 문제다. 정부와 기업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에너지는 여전히 중동 의존도가 높다. 특정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곧바로 국내 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미 중동 사태 이후 선박 보험료가 급등했고, 통항 불안이 길어지면 원유 도입 비용과 해상 운송비가 동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분이 반영되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다소 안정되는 듯했지만,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고유가와 고물류비가 다시 국내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고환율까지 겹치면 기업과 가계는 직격탄을 맞는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17일 종전 MOU를 체결하고도 해상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주도권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군사적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불안정 또는 전면 봉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대응책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정부가 MOU 체결 이후에도 국내 선사에 해협 진입 자제를 권고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 당초 해협 안쪽에서 발이 묶였던 26척 중 24척은 신속하게 빠져나왔고 피격 뒤 수리 중인 나무호 등 2척만 남은 상태다. 당국은 우리 국적 선박과 타 국적 선박에 탑승한 한국인 선원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제 정세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범정부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비상 원유 수급 체계를 재점검하고 전략 비축유 활용 방안도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원유 수입선 다변화와 에너지 공급망 재편은 한시라도 앞당겨야 한다. 해운·정유업계 등 연관 산업에 실시간 정보와 지원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에서 허점이 드러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미국과 이란의 추가 군사 대응에 따라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이는 국내 경제가 다시 충격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은 최악 상황까지 상정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 위기의 본질은 봉쇄 자체가 아니라 대비의 부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