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한, 5월 18일 '자작극' 첫 시인"… 경찰의 뒤늦은 발표 [부산경찰, 자작극 수사 경과 발표]
정, 선거 16일 전 경찰 첫 출석
경찰, 하루 뒤 피의자 전환 수사
범행 시인 불구 공개 안 해 논란
“檢 보완수사 요구 여러 번 받아”
“혐의 입증 안돼 수사 공개 불가”
지난 4월 27일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음료수를 맞는 모습. 부산일보DB
‘음료 테러 자작극’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경찰에 범행을 시인한 시점은 6·3 지방선거를 불과 16일 앞둔 지난 5월 18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정 전 후보의 범행을 인지하고도 수사를 비밀로 부쳐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수사 착수부터 구속영장 신청까지의 경위를 공개하고 나섰다.
부산경찰청은 정 전 후보와 공범인 헬스 트레이너 A 씨가 처음으로 자작극과 관련한 자신들의 혐의를 시인한 것은 지난 5월 18일이라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정 전 후보가 A 씨에게 먼저 자작극을 위한 도움을 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 전 후보의 음료 테러 자작극 의혹과 관련한 수사 경과를 이날 공개했다.
정 전 후보는 지난 5월 18일, 경찰의 출석 요구에 따라 선거 유세 활동 중 부산 금정경찰서를 방문했다. 정 전 후보는 지난 4월 27일 오전 부산 금정구 구서나들목 인근에서 30대 남성 A 씨가 던진 음료 컵에 맞은 ‘선거자유방해’ 사건의 참고인이자 피해자 신분이었다.
경찰은 정 전 후보로부터 자작극과 관련한 진술을 확보한 뒤 다음날인 5월 19일, 정 전 후보를 자작극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날 정 전 후보의 선거 캠프는 언론에 긴급기자회견을 공지했다가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당시 정 전 후보 본인도 연락이 두절됐다.
앞서 경찰은 5월 초부터 두 사람의 통신 영장을 발부 받아 사건 발생 이전에도 통화를 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정 전 후보가 A 씨에 대해 “일면식도 없다”는 배치되는 증언을 바탕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열흘가량이 지난 5월 18일에서야 정 전 후보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소환 조사 시점이 지연된 것에 대해 부산경찰은 “범행 후 자백 전까지 확실한 물증 확보를 위해 A 씨의 헬스장, 휴대폰 등에 대해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수차례 법원에서 기각됐다”며 “그 사이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정 전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한 다음 날인 5월 20일, 정 전 후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검찰로부터 보완 수사 요구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5월 22일 정 전 후보에게 재출석을 요구했으나, 정 전 후보 측은 변호인을 통해 선거 이후인 6월 8일께 출석하겠다고 통보했다. 결국 압수수색 압수수색영장은 6월 2일 오후 9시 40분께 발부돼 선거 다음날인 4일 오전에 집행됐다. 정 전 후보에 대한 1차 피의자 조사는 후보 측이 회신한 일정대로 6월 8일 진행됐으며, 이후 총 3차례 조사가 이뤄졌다.
애초 경찰은 정 전 후보가 선거 전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했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실을 알지 못한 유권자들이 정 전 후보에게 던진 2만 7418표는 결국 사표가 됐다. 선거 이후에도 경찰이 구체적인 수사 경위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수사 축소와 은폐 의혹, 정치적 해석 등 각종 추측과 논란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경찰은 선거 전 수사 내용을 공개해 정 전 후보를 사퇴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찰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후보자에 대한 수사 사항을 외부에 알릴 수는 없다”며 “공무상비밀누설, 피의사실공표, 공무원 선거 관여 등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 전 후보에 대한 구속영장을 압수수색 영장 이후 한 달 뒤인 이달에 신청한 이유에 대해서도 경찰은 혐의 입증 절차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 발생 때부터 압수수색영장과 구속영장 신청 등 전 수사 과정에서 검사와 긴밀하게 협의해왔다”면서 “정 전 후보의 자작극 혐의를 인지한 후 신속하고 공백 없이 수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추가 공범 여부, 정 전 후보와 A 씨 사이의 금전 거래 내역 등의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번 주중에 피습 자작극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