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전 공공기관 지역은행 예치율 높일 제도적 방안 강구해야
市 산하 기관과 달리 15%도 안 돼
예치실적 평가 대상 포함 서둘러야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지역 경제가 위축되면서 지역 내 자금까지 고갈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가 갈수록 심화하는 자금난으로 인해 지역은행이 대출해 줄 돈이 모자라 서울에서 돈을 빌려와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역 자본 축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이 같은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지역은행 자금 예치 외면이 그것이다. 이들 공공기관으로서는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시중은행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지역사회 기여를 통해 균형발전에 앞장서야 할 의무를 외면한 행태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부산경실련이 13일 발표한 ‘부산지역 공공기관 지역은행 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 이전 공공기관 9곳의 총 예치금 7조 720억 원 중 지역은행 예치는 1조 546억 원(14.9%)에 불과했다. 이들 기관의 지역은행 예치 비율은 3년 연속 15%에도 못 미쳤다. 반면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들은 지역은행 예치율이 62.3%에 달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은행 이용이 저조한 원인으로는 시중은행에 유리한 금고 선정 배점 구조가 꼽힌다. 공공기관이 뭉칫돈을 맡기는 금고 선정 때마다 최고 금리 제시 은행을 택하는 탓에 자금조달 비용이 많이 들어 금리 경쟁에서 열세인 지역은행이 배제된다는 것이다.
지역 이전 공공기관들의 미미한 지역은행 예치율은 지역의 실질 GRDP(지역내총생산) 증가 측면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관의 시중은행 예치 선호는 뭉칫돈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게 함으로써 지역기업 대출을 통한 지역 경제 순환에 지장을 초래한다. 지역은행인 부산은행이 부산에서 대출을 위해 조달하는 예수금 비율이 70%가 안 돼 서울까지 자금 조달 원정을 다니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하겠다. 지역 이전 공공기관들이 겉으로 사회공헌을 통해 지역사회 기여에 앞장서고 있다는 구호를 아무리 요란하게 외쳐도 지역민들이 이들 기관의 지역 착근을 체감적으로 느끼기 어려운 것은 이 같은 현실 때문일 수도 있다.
공공기관 이전 목적에 부합하는 지역 착근이 해당 기관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면 결국 제도적 틀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부산경실련이 혁신도시법과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지역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발전 기여 조항에 지역은행 예치 실적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선 이유다. 나아가 해당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항목에 지역은행 거래 가점을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더 적극적으로는 공공기관들이 뭉칫돈을 넣어두는 금고의 선정 기준을 최고 금리 뿐만이 아니라 지역 재투자 평가까지 병행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이 지역 경제를 외면하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틀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