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식탐(食貪)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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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곤 논설위원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불가(佛家)에서 공양할 때 암송하는 오관게(五觀偈)다. 한 술의 밥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온 우주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 햇빛이 적당히 비추어져야 하고,비와 바람이 순조로워야 벼가 잘 자란다. 쟁기질하는 소의 노고와 씨 뿌리고 거두는 농부의 땀이 없이는 한 톨의 양식도 얻을 수 없다. 내 돈으로 사먹는 한 끼 식사라도 하늘과 땅,이름 모르는 사람들의 은혜에 감사드려야 한다.

1981년 말 법정 스님이 해인사 백련암으로 성철 스님을 찾아갔다. 법정 스님이 성철 스님의 조촐한 밥상을 보고는 '스님,그렇게 드셔도 됩니까'라고 묻자 성철 스님은 '안 먹어도 살 수 없지만 음식에 사람이 먹히면 어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먹으면 된다'며 평생 소식(小食)을 실천한 수행자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대부분의 질병이 잘못된 식습관,즉 식탐(食貪) 때문에 빚어진 게 아닌가.

미국의 생태주의자 헬렌 니어링은 저서 '소박한 밥상'에서 무엇을,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시사하는 일화를 남겼다. 어느 농가의 부인이 일꾼 대여섯명에게 제공할 식사 준비로 하루를 보내다가 어느날 미쳐버렸다. 그 부인은 정신병원으로 가는 마차에서 '인부들이 20분만에 싹 먹어치웠어'라고 되뇌었다. 헬렌은 그 부인이 음식준비를 간소하게 했더라면 나머지 에너지와 시간으로 훨씬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광우병이 발생한데다 조류독감이 전세계를 휩쓸고 쇠고기에서 살모넬라균까지 발견돼 식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쇠고기나 닭고기를 기피하다 보니 먹을거리가 크게 줄어든 느낌이다. 동물이 병들면 인간도 병들게 마련이니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육식은 불필요하며,비위생적이고,비경제적이며 비윤리적'이라고 혹평한 헬렌 니어링의 말에 귀기울일 때가 된 것 같다. ppk@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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