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의 스타] (13) 배드민턴 선수 김연자
'배드민턴 코리아, 남편과 만들죠'
1980년대 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대들보로 활약했던 김연자(왼쪽)씨가 한국체육대학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부산은 선수 시절 전성기를 보낸 곳이어서 잊을 수 없어요.'
지난 1980년대 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대들보였던 김연자(41)씨. 지난 1998년부터 한국체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오는 7월이면 교수가 된다. 세계랭킹 1위의 이현일을 비롯해 전재연 황유미 등 자신이 키워낸 제자들이 한국 배드민턴을 대표하는 선수들로 성장한 지도력을 인정받은 덕이다. 그는 제자들의 성적이 좋은 탓에 업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며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겸손해 했다. '배드민턴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많이 따는 효자종목이어서 대학에서도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김씨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마산 성지여고와 경남대 출신. 배드민턴을 좋아해 대한배드민턴협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씨와 대학 동기동창이다. 이씨는 지금도 김씨를 만나기만 하면 시합 한번 하자고 졸라댈 정도로 배드민턴 마니아다.
김씨는 초등학교 시절 배드민턴부에 다니던 친구들이 부러워 찾아갔지만 키가 작다고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방과후 매일 연습을 구경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끈덕진 열성을 보여 마침내 배드민턴부 가입을 허락받았다.
고 1때 청소년대표로 발탁된 그는 2학년 때부터 국가대표가 돼 만 10년동안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세계무대에서 활약했다.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대회 5연패를 이뤘고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시범종목이었던 배드민턴 복식에서 정소영과 짝을 이뤄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1984년 덴마크 오픈을 시작으로 1988년 미국오픈까지 무수한 국제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난 1986년 세계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 단식에서 우승했을 때. 당시 시상자로 나선 앤드류 왕자와 악수를 나눴는데 앤드류 왕자가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손을 잡은 여자로 현지 언론에 보도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드민턴계에는 커플이 유독 많은데 김씨도 그런 경우. 그의 남편은 배드민턴 국가대표 코치로 있는 성한국씨다. 국가대표로도 이름을 날렸던 성씨는 선머슴애 같은 김씨의 성격을 고쳐주기 위해 접근했다고 나중에 털어놓았다고 한다.
성씨와 사랑을 키우던 시기는 김씨가 부산시청 소속으로 있을 때. 해운대에서 회를 먹고 남포동에서 데이트를 하는 등 부산은 지금도 기억나는 연애코스였다. 남편을 만난 게 지금도 고맙지만 자신이 가르쳐서 대표팀에 발탁된 제자들이 졸업 뒤 남편에게 가서 메달을 따내는 게 다소 불만(?)이다.
1남1녀 중 중학생인 아들 지현이도 전국대회를 제패하는 등 배드민턴의 꿈나무. 부모의 명성에 가려 잘해도 본전이라는 생각에 만류를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선수 시절은 물론 지도자,교수 생활도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는 이유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덕분인 것 같다며 그 분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말하는 김씨. 그의 변함없는 소망은 좋은 선수들을 많이 길러내 국제 무대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김씨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몇 걸음이 부족해 정상에 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다보면 언젠가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노력이 성공의 비결임을 새삼 강조했다. 박종호기자 nleader@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