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강·온갈등 새 국면 맞을듯
우리당 지도부 총사퇴 안팎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3일 오전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의장직 사퇴의사를 표명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박희만기자 phman이부영 의장와 상임중앙위원단이 3일 일괄 사퇴함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창당 이후 처음으로 '지도부 완전공백' 상태를 맞게 됐다.
당 지도부의 총사퇴는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이 '무위'로 돌아간 데 따른 책임론에서 비롯된 데다 시기적으로 전당대회(4월 2일)를 목전에 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내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월 11일 전대에서 선출된 지도부가 총선에서 '원내 과반 확보'라는 성과를 거뒀음에도 정동영·신기남 전 의장의 낙마에 이어 이번엔 일괄사퇴로 불명예 퇴진함에 따라 당내 노선 갈등도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에서 '제 역량이 부족해 목표를 다 이뤄내지 못했다'며 사퇴를 공식선언했다.
그는 여야 대타협을 추진했던 자신에게 쏠린 강경파를 겨냥해 '야당과는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노선을 택해야 하며,필요하다면 여야 안의 과격노선과 과감한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며 불만을 털어 놔 눈길을 끌었다.
김혁규·이미경 상임중앙위원도 각각 '우리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이끌어가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당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이를 쇄신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사퇴를 결심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내에선 이번 사태로 내부 역학구도에 커다란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1기 지도부를 주도했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주축의 당권파가 개혁입법 '불발'로 몰락한 반면,이들을 견제해온 재야파-개혁당 그룹은 발언권이 배가됐기 때문이다.
양측 간 갈등은 이달 중 새 원내대표 경선,4월 전대와 맞물려 계파 간 합종연횡을 가속화시키는 등 조기 과열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수세에 몰린 당권파가 양대 경선에 독자 후보를 내는 대신 친노(親盧)·온건-실용그룹과의 연대를 통해 강경성향의 재야파-개혁당 그룹의 독주를 견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당내 갈등 과정에서 '주화론'(主和論)에 섰던 문희상 김혁규 유인태 의원 등 친노핵심들의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새해 국정과제로 제시한 '국민통합''민생우선'을 뒷받침한다는 명분과 강경파 견제를 위해 비상대책위나 차기 지도부에 적극 참여하리란 관측이다.
당내 노선 투쟁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강경파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국보법 폐지를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정체성 논쟁을 주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데다,온건파들도 '책임 여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이들과의 일전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박진홍기자 jhp@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