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역 박석에 새겨넣은 1만5천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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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박석이 깔리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비록 싸늘한 돌덩이지만, 거기에 새겨진 추모의 마음은 영원히 식지 않을 것입니다."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에 이어 진행된 묘역 완공식은 1만 5천개의 박석(薄石) 중 마지막 박석놓기로 마무리됐다.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묘역 완공식
시민들 "한시도 잊을 수 없어" 글귀 남겨
63개 구역 나눠 '사람사는 세상' 이미지


박석을 기부한 모든 사람을 대신해 이날 마지막 박석을 놓은 사람은 3대(代)가 함께 박석을 기부한 유복순 씨 가족, 노 전 대통령을 유독 사랑하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아들을 대신해 박석을 기부한 강정자 씨, 봉하마을과 대통령에게 오리농법을 전수한 주형로 선생, 대통령의 오랜 친구 원창희 씨.

시민들이 기부한 1만 5천개 박석 하나하나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 민주주의 대한 의미 등이 소중한 글귀로 담겨 있다.

'제 심장이 뛰는 한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난생 처음 날 웃게 만든 정치인 노무현' '당신은 나의 삶의 새김이다' '영원히 함께 하련다 바보 노무현' '꿈을 심어준 대통령을 그리며 얇은 돌 하나 당신 곁에 놓습니다' '한시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바람이 되셨나요'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압니다'….

박석은 크기는 가로 20㎝, 세로 20㎝, 두께 10㎝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사랑하는 지지자들의 마음을 담는 작은 비석이다.

묘역 전체의 배치와 설계를 맡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설명에 따르면, 박석이란 얇은 돌 또는 넓적한 돌이라는 뜻인데, 전통 건축물에 사용한 바닥 포장돌이다. 묘역 주변이 황량하고 맨 흙투성이어서 전직 국가원수의 묘역치고는 너무 민망한 모습이어서 박석을 깔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라는 유언에 따라 '아주작은비석건립위원회'가 제안한 것으로, 묘역 전체에 작은 박석들을 바닥 돌로 놓으면서 존경과 애도와 사랑의 글을 새겨 넣어 전체를 비문으로 대신한다는 구상이다.

박석은 노 전 대통령이 63세를 일기로 서거했다는 의미에서 63개 구역으로 나눠 설치됐다.

또한 박석을 기부한 사람들이 묘역에서 또는 인터넷으로 자기 박석이 어디에 어떻게 놓여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유 전 청장은 "묘역에 박석 설치가 완성돼 박석들이 어우러진 무늬는 '사람 사는 세상'을 보여주는 그림이 될 것"이라면서 "전체의 형상은 묘역 뒤에 있는 봉화산 사자바위나 부엉이바위에서도 선명히 드러나게 했다"고 설명했다.

백남경 기자 nkbac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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