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혼의 자유 앞서 자녀들 상처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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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

결혼한 부부는 누구나 이혼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이혼에 앞서 가족들, 특히 미성년 자녀들이 입을 상처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마땅할 것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자녀가 입는 상처는 시간이 지남으로써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운 것일 뿐이다.

불행하게도 협의이혼신청 당사자 중 사전에 전문가 상담은커녕 친지나 친구들에게 상의 한 번 없이 법정으로 달려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마 가족 내의 사생활을 제3자에게 노출시키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상당하고 상담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일 것이다. 부산가정법원의 설문 결과 전문가는 물론 친지, 친구 등을 상담인으로 포함해도 9.5% 정도의 부부만이 이혼 전 상담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이 상담을 권유해도 실제 상담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2011년 부산가정법원에 접수된 9천8건의 협의이혼 신청 건 수 가운데 이혼 신청 전 상담을 받은 부부는 163건(약 1.8%)에 불과할 정도다. 이로 인해 이혼에 대한 숙고,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고려 등이 부족한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숙려기간을 보내다가 협의이혼을 하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부산가정법원은 2012년 12월부터 초등학생 이하 미성년 자녀를 둔 당사자들의 경우 협의이혼신청 전 의무적으로 상담을 받게하고 있다. 맞벌이 등의 사정으로 주중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이혼 신청 당사자들은 부산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이루어지는 '1박 2일 가족캠프'나 '부부관계 탐색', '협력적 부모 역할' 프로그램 중 어느 하나를 이행한 경우에만 협의이혼 의사확인을 하고 있다.

협의이혼 전 의무 상담제도의 효과는 상당했다. 협의이혼 신청 후 상담 등을 거친 사건의 경우 34.9%가 이혼을 하지 않고 취하했다. 또 상담이나 심화된 자녀양육안내를 받아본 사람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는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어린 자녀를 둔 34세의 한 남성은 별다른 준비 없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후 가족 부양의 무거운 부담감과 배우자와의 불화로 지난해 1월 협의이혼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의 권유로 집단상담, 가족캠프 등을 경험하고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아 배우자와 극적으로 화해했다. 가정을 회복한 남자는 올 가을에는 둘째 자녀를 출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이 효과를 보이자 다른 법원에서도 미취학아동을 둔 신청자를 대상으로 잇달아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부산가정법원도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 제도를 미성년자녀 있는 모든 대상자들에게 제도를 확대할 예정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자녀가 겪게 되는 고통은 평생 지울 수 없는 큰 상처가 된다. 이혼을 결정하기 전에 부부관계를 회복할 방법이 없는지, 자녀는 어떻게 키울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숙려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혼 당사자들에게 법원의 각종 상담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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