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 나선 감독 "'살아있다' 보여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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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 제주관광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선수로 출전한 경성대 레슬링부 김정섭 감독. 김경현 기자 view@

제95회 전국체전에 출전한 경성대 레슬링팀의 김정섭(43) 감독은 대학부 감독인 동시에 일반부 선수다. 매트 밖에서는 다정한 감독, 매트 안에선 성난 전사인 셈이다.

"일단은 한 체급의 대표로 나왔으니 부산시 성적에 이바지하는 게 가장 큰 목표죠. 감독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김정섭 경성대 레슬링팀 감독
띠동갑 넘는 제자·후배와 한판
일반부 그레코로만형 98㎏급 銅


8명의 건장한 제자를 이끌고 제주도에 상륙한 그는 2일 남자 일반부 그레코로만형 98㎏급에 출전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부터 레슬링을 시작한 김 감독은 '경성대의 전설'이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경성대로 진학한 뒤 단 한 번도 전국체전에서 패한 적이 없다.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을 뿐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1998년부터 3차례 대회에서 꾸준히 메달을 거머쥐었다.

"30대 초반부터 기술적인 부분에 눈을 뜨기 시작했죠. 그 뒤로 내리 10년을 국내 대회에서는 져본 적이 없습니다. 어린 친구들은 힘과 체력을 앞세우고 달려들지만 상대하는 요령이 훤히 보입디다."

관리를 잘했다지만 그래도 불혹을 넘긴 몸이다. 힘도, 스피드도 예전 같지는 않다. "띠동갑이요? 예선에선 15살 차이 나는 선수도 만났는걸요." 김 감독의 헛헛한 웃음에도 20년 넘게 기량을 갈고닦은 레슬러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현역 생활을 마치고 칠곡군청에서 플레잉코치를 하며 지도자의 길로 접어선 그는 2011년 모교인 경성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 뒤로 3년 간 대회 출전을 하지 못했다. 매트를 보면 불끈불끈 하지만 당장은 제자들의 성적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팀원이 15명 정도 돼요. 애들을 데리고 대회를 나가면 금메달을 쥐는 녀석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녀석들은 더 많죠. 나도 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한창 졸업 후 실업팀 찾아가야 하는 그 애들 가슴에 못을 박을 순 없으니까 참았죠."

김 감독의 이번 체전에서 선수로 '3년 만의 외출'에 나섰지만 선수 지도와 개인 연습을 병행하느라 겨우 한 달 남짓 훈련을 하는 데 그쳤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 그는 8명의 제자와 함께 목표하는 메달의 색깔을 종이에 일일이 적었다고 했다. 의지를 다지기 위함이다. '솔직히 본인이 종이에 쓴 메달 색깔은 무엇이었느냐'고 그에게 묻자 쑥스러운 듯 "물론 1등"이라고 답했다.

띠동갑이 넘는 후배들과 한판 대결에 나선 김 감독은 2일 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목표했던 금메달을 가로막아선 건 올해 졸업을 시켜 광주 남구청으로 떠나보낸 제자 구학본(22)이었다. 비록 3위에 그쳤지만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뒤에도 경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김 감독의 메달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제주=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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