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탈출기] 9. 재개발·재건축 추진절차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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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고 보자'식 정비구역 신청은 옛말

고지식 대리에게 장그래 씨가 묻는다. "미리 이것저것 공부해 대충 감을 잡았으니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지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언제 팔고 언제 나와야 할까요?" 고 대리 인상이 갑자기 굳는다. "그냥 하지 마. 그렇게 급하게 달려들면 결국 고생할 게 뻔하거든." 재개발·재건축 메커니즘을 모르고 우물에서 숭늉 찾다간 큰코다친다는 조언과 함께.

고 대리의 정색에 놀란 장그래 씨. "차근차근 기초부터 익히겠습니다." 빤히 장그래 씨를 응시하던 고 대리가 그제야 웃는다. 우선 사업 추진 절차를 알아보잔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안전진단과 조합 구성원, 시공사 선정 시기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니 재개발 위주로 들려준다.

1.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기본계획 수립

부산시장은 이 계획을 10년 단위로 만든다. 5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해 기본 계획에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공람과 시의회 의견을 청취한다.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도 5년 뒤 여건이 바뀌면 기본계획도 달라진다. 정비예정구역이 해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부산시의 '2010 정비기본계획'에서 487곳에 달했던 정비예정구역은 '2020 정비기본계획'에서는 367곳으로 감소됐다.

2.정비구역 지정

주민설명회와 공람, 시의회 의견 청취 등을 거쳐 정비구역을 지정 신청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무조건 지정받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엔 이미 지정된 정비구역도 해제 요청하는 일이 잦다. 정비구역 내 건축 행위가 제한되고 사업 진행이 더디면 재산권 행사 제약과 함께 동네가 슬럼화돼서다.

3.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구성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추진위를 만든다. 이때부터 추진위 운영비가 든다. 원칙상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다. 해서 정비업체나 특정 시공사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다.

4.조합 설립 인가

토지 등 소유자 3/4 이상 및 토지 면적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인가를 받는다.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다. 대개 추진위 단계에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추진위 단계에서의 과반수 동의와 조합 설립에서의 3/4 동의율엔 큰 차이가 있다. 조금이라도 조직적인 반대에 부딪히면 동의율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은 기약 없이 지연된다. 이렇다 보니 편법으로 동의율을 충족시키려다 법적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메모하던 장그래 씨 머리가 어지럽다. 고 대리의 촌철살인. "세상에 공돈 없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정리=임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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