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별관 청문회' 결국 '맹탕'으로 끝난 이유는
지난 8, 9일 이틀간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일명 서별관 청문회)가 뚜렷한 결실없이 끝났다. 우려대로 서별관 청문회 자체가 '맹탕 청문회'가 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청문회에 나온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알맹이 빠진 대답을 반복했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목이 나올 때마다 목소리가 흔들리거나 눈문을 흘렸지만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에 사재를 출연하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관되게 "경영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으며 제가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답변만 되풀이하며 확답을 피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울지 마시라. 국민들은 피눈물을 흘린다"고 지적하는 등 알맹이 대답만 하는 최 전 회장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핵심 증인 중 하나인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도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청문회 실효성 논란을 부채질했다. 이에 여야 3당은 서별관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일방 불참한 홍 전 회장을 검찰 고발키로 했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의 불성실한 태도가 서별관 청문회가 무력하게 끝난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혈세 수조 원이 허무하게 탕진됐지만, 책임질 사람은 없는 기묘한 청문회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는 자료를 덮고 여당은 증인을 덮고 있다. 이 역시 비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내부적으로 바람직한 구조조정의 방향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의원들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또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이뤄지면서, '북풍'에 따른 관심저하도 서별관청문회가 허탈하게 끝난 원인으로 꼽힌다. 김백상 기자 k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