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생각해보는 뉴 트렌드 '묘지정원'] "봉분 낮추고 꽃 심는 '묘지정원' 어떠세요?"
입력 : 2016-09-11 19:17:18 수정 : 2016-09-13 15:52:21
부산에서는 아직 보기 드물지만 묘지정원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6월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조경·정원박람회' 때 첫선을 보인 묘지정원. 부산대 조경학과 박효주 외래교수가 디자인했다. 사진 강선배 기자 ksun@·일부 박효주 제공어떤 이는 외국의 낯선 도시를 방문하면 유명인이 묻힌 묘지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특정인과의 연고를 따지기 이전에, 그 사람이 살다간 흔적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묘지(혹은 비석과 비문)여서 누군가의 인생을 떠올리기엔 생가만큼이나 묘지도 매력적인 곳이기 때문일 게다. 특히 유럽의 공동묘지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 같은 곳으로, 나무와 꽃으로 단장되고 벤치도 놓여 있는 등 사람들이 공원을 가듯 묘지를 산책할 수 있게 만든다.
아직 부산에서는 이 같은 풍경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부산대 조경학과 박효주(46) 외래교수를 만나 최근 뉴 트렌드 묘지 문화로 떠오르고 있는 '묘지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공원 같은 유럽 공동묘지서 착안
무덤 평평하게 하고 다양한 식물로 장식
박효주 부산대 교수 부산에 첫 소개
우리나라 영토 1% 묘지로 잠식
공설묘지 연장기한도 곧 도래
친환경적 새 묘지 문화 제안 '눈길'
박 외래교수는 독일 국가 공인 플로리스트 마이스터와 독일원예장식사를 획득하고, '묘지정원 조성 및 관리 기법에 관한 연구-한국과 독일의 묘지 문화를 중심으로'로 한국환경생태학회 2015년 춘계 우수논문상과 부산대 석사 졸업 우수논문상(2015)을 수상한 바 있다. 6월엔 벡스코에서 열린 '2016부산 조경·정원박람회'에서 묘지정원 작품 전시회를 부산에서 처음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묘지정원이란 묘지 가운데 있는 무덤(봉분)을 평분으로 낮추고, 꽃과 식물을 이용해 무덤을 아름답게 꾸미는 정원"이라고 설명했다. 묘지정원을 꾸미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대안이며 현대인들과 조화를 이루는 묘지 문화라고도 했다.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꽃과 식물을 이용해 꾸며진 무덤장식은 떠나간 자리를 더욱 의미 있고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게 되리라는 것이다.
박 외래교수는 특히 "2016년 현재 전 국토(10만 6061.3㎢)의 1%가 묘지로 잠식된 상태"라면서 "한국의 묘지 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묘지 면적의 축소와 설치 기간 단축, 잔디로만 조성된 봉분이 아닌 평분을 만들고 꽃과 식물을 이용해 아름다운 무덤 정원 장식을 꾸미는 방안이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독일의 묘지 문화를 이론적으로 비교한다면 점유 면적이 독일의 경우 1기에 3.25㎡이지만 한국은 개인 묘지의 경우 약 9배 정도 넓은 30㎡. 설치 기간은 독일이 3회까지 연장 가능해 40년이고, 한국은 3번 연장으로 60년이지만 개인 소유지에 있는 묘지는 더욱 긴 기간을 이용한다. 한국에서는 1966년 처음으로 경기도 공설 묘지가 설치되었는데 앞으로 10년 후면 60년 기간 만료가 도래하기 때문에 대책이 점점 필요해지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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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묘지정원. |
이에 따라 박 외래교수는 "조상을 숭배하는 오랜 전통을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묘지와 비석을 재사용하고 부족한 공간을 해결할 수 있는 묘지 리사이클링 제도와 묘지정원화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6월 23~26일 열린 '2016부산 조경·정원박람회'에서 선보인 묘지정원 관련 설문조사 결과(응답자 116명)에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묘지정원 또는 무덤장식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다'가 76명(65.5%), '없다'가 40명(34.4%)으로 묘지정원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자연장의 하나인 '수목장에 대하여 알고 있는지'의 질문에는 '알고 있다'가 111명(95.7%), '모른다'가 5명(4.3%)으로 대부분 알고 있었다. 무덤 조성에 있어서 선호하는 형태는 '기존처럼 봉분의 형태로 하고 싶다'가 6명(5.2%), '꽃과 식물을 이용해 정원처럼 묘지정원을 꾸미고 싶다'가 106명(91.4%),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가 4명(3.4%)으로 무덤을 묘지정원으로 꾸미고자 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