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초비상" 장사 시설을 찾아가다] "올해도 제때 못 찾아뵙는 불효 용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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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 남들이 편안하게 쉴 때도 누군가는 고생을 한다. 부산영락공원과 추모공원 등 공공 장사 시설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달 초 성묘객 맞이를 위해 영락공원 일대에서 묘지 정비 작업을 하는 직원들 모습이다. 사진 김은영 기자·일부 부산시설공단 제공

평소엔 별 관심을 두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기억하기 위해선 1년에 한두 번은 찾게 되는 곳.  장례식장과 묘지, 화장 및 봉안(납골) 시설 등이 있는 장사 시설이다. 그런데 이들 장사 시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겁부터 난다고 한다. 특히 올해처럼 짧게는 5일, 길게는 9일씩 장기 연휴가 이어지는 명절이면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가 된다.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공공 장사 시설인 부산영락공원과 부산추모공원의 추석 연휴(5일) 성묘·참배객 예상 인원은 39만 명. 2만 5539기의 분묘 등 총 10만 7396기가 안치된 영락공원에 17만 5000명, 봉안당·가족봉안묘·벽식 봉안담 등 5만 6894기가 봉안된 추모공원엔 더 많은 인원인 21만 5000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부산영락공원과 부산추모공원      
연휴 기간 추모객 39만 명 방문 전망      
추석 당일만 화장·봉안 업무 휴무     

"종손인데 정작 나는 조상 못 모셔"     
"야외 제례에 위패 뜯어가기도"      
장사 시설 종사자 명절 한숨 깊어 가

■성묘객은 줄고 봉안당 참배객은 늘어

"농담이 아니라 설, 추석 때 쉰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부산시설공단(이사장 박호국) 영락공원사업단 장사관리팀 정동현 팀장으로부터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조금은 과장이겠거니 싶었다. 경찰, 소방대원들이 명절 대목에 고생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장사 시설 관계자까진 미처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도 섬겨야 할 조상이 있고, 누군가의 아들딸인 동시에 아버지이자 어머니여서 당연히 가족과 함께하고 싶을 텐데 말이다.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7일 부산 금정구 두구동 영락공원 장제동 1층 장사관리팀을 찾았다. 조일만 영락공원사업단장이 주재한 팀장급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정 팀장 손에 '2016년 추석 연휴 성묘 및 참배객맞이 대책'이 들려 있다.

"부산이 전국 최고의 화장률을 자랑하는 만큼 최근 몇 년 새 일반 성묘객은 점점 줄고, 봉안당 참배객이 더 많아졌습니다. 추석 연휴 앞 주말까지 포함한 9일을 추산한다면 약 50만 명이 찾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허걱, 소리가 절로 났다. 직원 숫자가 얼만데, 그 많은 사람을 감당할 수 있을까? 정 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연휴 기간 종합상황실이 운영되고요, 전 직원 비상근무 체제로 1일 262명이 근무하게 됩니다. 여기엔 직원 외에도 노인일자리, 일시사역(아르바이트 포함), 용역 등이 포함되고요. 구청, 경찰서, 소방서, 모범운전자회, 해병대전우회, 주민감시단 혹은 주민자치회 인원까지 아우르면 390명 정도 될 겁니다."

■추석 당일만 화장·봉안 업무 중단하고 정상 운영

연휴라고는 하지만 추석 당일 하루만 영락공원 화장과 추모공원 봉안 업무가 중단될 뿐, 그 외에는 화장 업무와 장례식장, 식당, 편의점 등 모두 정상 운영이다. 이에 더해 봉안당 참배 시간(19면 상자기사 참조)도 연장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야단법석일 수밖에 없다.

장사운영팀의 장례지도사들을 만났다. 1년 365일 통틀어서 설과 추석 당일 하루만 쉬는 직장도 흔치는 않을 텐데 싶어서다. 10여 년 전만 해도 3~4명에 불과하던 장례지도사는 현재 여성 3명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늘어났다.

"2001년 부산 장의업계 최초로 장례 전공 대졸자를 뽑을 때만 해도 하루 3~4구의 시신을 처리했다면 지금은 평균 60건 이상을 소화합니다. 단일 화장장으론 국내 최대 규모죠. 사람이 죽고 사는 게 어디 명절을 따집니까? 저흰 평소나 다름없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장례지도사의 업무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장례지도사인 정병진 과장은 "흔히 입관 업무만 떠올리는데 빈소 관리, 화장 관리, 묘역 관리, 행정 업무, 의례 지도 등 장례 서비스 일체를 담당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허수봉 대리도 "사람 살리는 일을 하는 게 의사라면, 장례지도사는 죽음을 기점으로 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기까지를 책임지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다른 분 조상은 모셔도 제 조상은 못 모십니다!"

영락공원 내에서도 가장 많은 참배객이 찾는다는 2영락원(5만 6881기 봉안)으로 향했다. 이날만 해도 고인의 위치를 묻는 사람, 반출 절차를 묻는 사람, 15년 안치 기간이 끝나서 참배 온 김에 기간 연장을 하는 사람까지 뒤섞여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2영락원에서 만난 이태우 주임은 뜻밖에도 장남에다 종손. 경남 통영이 고향이라는 이 주임은 "다른 분들 조상을 모시느라 정작 제 조상은 못 모십니다"라면서 허허 웃는다. 또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니 '진상 참배객'도 있다고 귀띔한다.

"여긴 공공 장사 시설이잖아요. 고인이 좋아했던 거라면서 커피를 바닥에 마구 뿌려 놓고 가거나 피우던 담배를 봉안당 앞에 두고 가기도 하는데 다른 분들께 민폐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또 어떤 분은 봉안당 앞 고인의 위패까지 뜯어서 야외 제례를 지내고는 제자리에 갖다 두지 않아서 뒤에 온 다른 가족이 '우리 아버지, 어머니 찾아 내라'고 호통을 치기도 한다니까요."

이번엔 묘지 관리를 담당하는 김광열 반장과 연락이 닿았다. 오전 내내 예초기를 메고 풀과의 전쟁을 벌이던 이동환(78)·장재원(72) 어르신과 함께 다른 묘역으로 이동하던 참이었다. 이·장 어르신은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영락공원에 배치된 분들이다.

올핸 얼마나 더웠던지 국민안전처 권고에 따라 작업을 못 한 날이 30일이 넘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작업을 해도 전체 묘소 벌초를 두 번밖에 못 했단다. 쑥쑥 자라는 풀을 보는 게 그렇게 겁날 수가 없었다고도 했다.

김 반장 역시 추석 차례는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

"꼭두새벽부터 저희 집에서 차례를 모시고 출근하는데 멀리서 오신 친척들한텐 늘 죄송하죠. 귀신도 자는 시간이 있을 텐데 싶어서 한편으론 남사스럽기도 하고요."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포즈를 취한 이동환·장재원(왼쪽부터) 어르신.
■ 피크 타임 참배 피하고 야외 제례 간소화했으면…

영락공원을 나와서 기장군 정관읍 부산추모공원에도 들렀다.

추모공원사업소 이동춘 소장은 "설 명절보다 추석이 날씨도 좋은 편이어서 참배객들이 오래 머무는 경향이 있다"면서 "가급적 피크 타임(19면 상자기사 참조) 참배는 피하고, 추모공원에선 검소하면서도 간단한 제례를 치렀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어떤 참배객의 경우, 20분 사용으로 제한된 야외 제례실을 거의 독차지한다. 집에서 치러야 할 차례까지 모셔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것이다. 또 가끔은 정해진 참배 시간을 넘겨서 헐레벌떡 찾아와서는 "고인이 되신 우리 아버지, 어머니를 꼭 만나 뵙고 가야 한다"는 '참배 지각생'이 있는가 하면 밤에 술 먹고 찾아와서 '우리 엄마 데려가야 한다'고 떼쓰는 '진상 참배객'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팀장은 "시설공단 측에서도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참배객 역시 추모공원이나 영락공원이 모두를 위한 그리움의 공간임을 명심하고 참배 문화 개선(19면 상자기사 참조)에도 적극 나섰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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