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 도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3일 "개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국민적인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회와 여야 정당은 국정동력의 원천이 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총리 내정자 기자회견
"국정 붕괴 지켜볼 수 없어"

野, 인준 불가 입장 고수
"국민 걱정한다면 물러나야"

김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규정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이 있지만 저는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는 쪽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며 "다만 국가원수인 만큼 그 절차나 방법에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개헌과 관련,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은 옳지 않다. 개헌은 국민과 국회가 주도하는 것"이라면서 추진 시기에 대해서도 "국회와 여야가 결정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정교과서라고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합당한 것인가, 지속될 수 있는가 의문을 갖고 있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입장을 피력해 온 자신의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며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재차 확인했다. 총리직 수락 배경에 대해선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보고 그대로 있기가 힘들었다"며 "냉장고 안의 음식은 냉장고가 잠시 꺼져도 상하게 된다. 국정도 마찬가지다. 멈춘 만큼 상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반발에 대해서는 "국정이 단 하루도 멈춰선 안 된다는 마음, 지금 너무나 많은 심각한 문제가 악화되고 있고, 정권 말기에 회복 불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저를 받아주시지 않는다면 군말 없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야권은 김 내정자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인준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야3당 원내대표가 이미 인물의 됨됨이나 자격 등과 무관하게 인준을 거부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라며 "입장을 번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민주당 의원 31명은 잇따라 공개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 발생 후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조속한 퇴진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내정자는 박 대통령을 위한 무대 위의 광대일 뿐"이라며 "진정 '노무현 정신'을 따르고 국가와 국민을 걱정한다면 당장 총리 인선 절차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가능성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으나 "필요한 순간이 오면 숙고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조사를 수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해 "수사 진행 결과에 따라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수사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검토해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