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김병준 총리 내정자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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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직 수락, 盧 정신에 부합" 포부 밝히며 울컥

협조 구하는 김 내정자. 연합뉴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3일 자신의 인선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과 관련,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받아주시지 않는다면 두말 없이 수용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하겠다"면서 자세를 한껏 낮췄다.

"헌법상 권한 100% 행사  
지명 관련 이해 구할 것  
그래도 안 받아주면 사퇴"   

상설 협의기구 만들어  
총리실 조직 개편도 고려 

"대통령에 할 말은 할 것  
국정 발목 땐 탈당 건의"

■정치권에 최대한 협조 요청

총리 지명에 대한 정치권의 반대 목소리를 겸허하게 듣고 이를 설득하는 데 전력을 쏟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내정자는 국회와 여야 정당을 '국정동력의 원천'이라고 규정하면서 "이 원천으로부터 동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국정의 불은 꺼지고 만다"며 "상설적인 협의기구와 협의채널을 만들어 여야 모두로부터 동력을 공급받겠다. 이를 위해 총리실의 기능과 조직 개편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이 단 하루도 멈춰선 안 된다는 마음, 지금 너무나 많은 심각한 문제가 악화되고 있고, 정권 말기에 회복 불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선 절차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저에 대한 의구심과 비판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명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상 문제로 더욱 그런 것 같다"며 "청와대 시스템이 일시 무너져 생긴 일이라 생각한다. 저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총리직 수락이 '노무현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단호한 목소리로 "노무현 정신에 부합한다고 본다. 노무현 정신의 본질은 이쪽저쪽 편을 가르는 게 아니라 국가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책임총리 권한행사 의지 천명

책임총리로서의 권한을 확실하게 행사하겠다는 입장도 재차 확인했다.

김 내정자는 "대통령과 총리의 의견이 다르다고 해도 총리를 중심으로 여당이 들어오고, 야당이 들어오고 협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는 과정에서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될 것이다. 국무총리가 되면 내각의 정신을 존중할 것이며 책임 또한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정 '통할'의 의미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총리의 헌법적 권한은 경제·사회 정책 전반에 걸쳐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료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도 다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일일이 하나하나 다 설명은 못 하지만 '경제·사회 정책에 있어서 그것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게 전부 맡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에게도 쓴소리하겠다"

'책임과 소명'을 강조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 논란과 관련,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놓고 많은 질문이 있지만 제가 가진 답은 하나"라면서 "저는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는 쪽이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의 탈당과 관련, "1차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국정의 발목을 잡는 경우 국무총리로서 탈당을 건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본질은 대통령의 권력과 보좌체계의 문제에 있다고 본다"며 "이는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서 메커니즘 문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원고의 마지막 단락으로 총리로서의 포부를 밝히는 대목에서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특히 "책임과 역사적 소명을 다하겠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목소리가 떨리며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잠시 동안 침묵하기도 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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