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험될 것"…이창동 감독이 전하는 제71회 칸 초청작 '버닝'

이창동 감독이 영화 '버닝'으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 배우 유아인과 스티븐 연이 주연으로 나선 이 작품은 이창동 감독이 영화 '시'(2010)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이다.
이창동 감독은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버닝'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영화가 칸 영화제에 초청된 것과 관련 "정말 좋은 기회와 경험이 될 것"고 말문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배우 유아인과 스티브 연, 전종서가 함께 했다.
영화는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 영화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밀양'(2007)과 '시'(2010)에 이어 연출작 세 편 연속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게 됐다.
이창동 감독은 "칸국제영화제가 우리나라 영화를 알리고 평가받는데 가장 효과적인 자리"라며 "세 배우가 연기로 세계인에 알려지고 평가받는 좋은 기회기도 하다.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들에게도 '버닝'은 의미 깊은 작품이 될 예정이다. 유아인은 이 작품으로 생애 첫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스티븐 연은 지난해 '옥자'에 이어 2년 연속 레드카펫을 밟는다.
유아인은 "난 스케줄 때문에 해외에 있다가 기사를 보고 소식을 접했다"며 "(칸 영화제에) 아직 안 가봐서 잘 모르겠는데 주위에서는 '대단하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따. 그는 "다들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좋다"며 "또 굉장히 독특한 영화인데 이런 영화가 알려질 수 있고 다양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 기뻤다"는 소감을 전했다.
스티븐 연은 "소식을 듣고 정말 흥분됐다"며 "작년에 '옥자'로도 칸을 경험했지만 이번이 더 특별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개성 있는 이 영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기대치가 높다"고 동조했다.
전종서는 데뷔작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안게 됐다. 그는 "평소에도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다"며 "영화를 통해 갈 수 있어서 감독님께도 감사하고 같이 연기한 배우들과도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굉장히 많이 남을 것 같다"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신작 개봉을 앞두고 항상 기대와 긴장을 함께 한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이번 작품은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작품이라 더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자체로 미스터리한 영화"라며 "이 세상에 대한 또는 이야기에 대한, 영화 그 자체에 대한 미스터리로 확장할 수 있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극 중 '종수'를 연기한 유아인에 대해서는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잘 표현해줬다"며 "유아인 씨는 그간 강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캐릭터를 주로 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일 것"고 설명했다. 그는 "겉으로는 무력해보이지만 내면에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며 "순간의 장면마다 아주 예민한 감정을 드러내야 했는데 잘 해줬다"고 극찬했다.
그는 벤을 연기한 스티븐 연에 대해 "영화 속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완벽한 한국인이지만 알 수 없는 한국인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른 모습을 균형에 맞춰 연기했다"고 칭찬했다. 해미 역을 맡은 전종선에 대해서는 "어떤 연기 경력이 많은 배우라 하더라도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이 최소 서 너 장면 나온다"며 "그런데 그런 부분들을 정말 훌륭하게 잘 해 줬다"고 극찬했다.
스티븐 연은 이창동 감독과의 첫 작업 소감으로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어느 날 봉준호 감독님에게 전화가 와서 이창동 감독님이 부른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스티븐 연은 인기 미드 '워킹데드', 봉준호 감독의 '옥자' 등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해온 배우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느낀 점으로는 "이전엔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치중했다면 '버닝'에서는 완전한 한국 사람으로 보여주려 했다"며 "한국에서 촬영해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말 연기에 대해서는 "참 어려웠다. 그런데 감독님과 종서 등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며 "(한국말의)테크닉이 제일 어려웠고 NG도 많이 났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험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한국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을지 묻자 "한국에서 일하는 건 영광이다. 일단 캐릭터가 중요하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내게 맞는 캐릭터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작업하고 싶다"고 답했다.
'완득이' '베테랑' '사도' 등에서 청춘의 여러 얼굴을 그려냈던 유아인은 이번 작품에서 청춘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젊은이 종수로 변신한다. 그는 '버닝' 출연 계기에 대해 "내 주제에 뭘 선택하겠나. 불러주시면 가야지"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부터 감독님과의 작업에 참여하고픈 의지를 표현했다. 어릴 때부터 감독님의 작품을 봐 와서 그런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영화 촬영 초반에 적응하기 힘들었다"며 "특정 장면 때문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부분이 그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영화 '버닝'과 감독님의 스타일, 종수 캐릭터에 녹아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버닝'만의 특징으로는 "시나리오가 되게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표현돼 있다"며 "종수의 대사가 많지 않던데 이전에 받았던 틀에 짜인 시나리오와 다른 훨씬 자유로운 느낌의 시나리오였다"고 전했다.
이에 스티브 연은 유아인에 대해 "최고였다. 함께 연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며 "자연스럽게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그는 "처음에 만났을 때는 어색했는데, 4개월 동안 같이 일하다보니 친해졌다"면서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다. 기가 막힌 배우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트너를 신뢰하면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영화는 이창동 감독이 지난 2010년 '시'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스크린 복귀작이다.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등이 출연한다. 오는 5월 17일 개봉 예정.
남유정 기자 seas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