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상산업 기반 잘 구축… “이곳서 뼈를 묻겠다” 각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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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살아 온 내게 부산은 매우 낯선 도시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경기도 용인시에서 보냈고, 부산에는 사는 친인척은 물론 친구도 없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나는 부산으로 왔다. 바다로 대표되는 부산의 콘텐츠와 영상산업 등 부산의 성장 잠재력에 끌렸기 때문이다. 부산에 몇 번 놀러 온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아예 ‘뼈를 묻겠다’는 생각으로 부산으로 왔다.

대학에서 예술 경영학을 전공하고 연극 연출 일을 해온 나에게 ‘공간’은 주요한 관심사다. 연극 일을 하면서 장소와 분위기 등이 잘 어우러지는 좋은 공간을 찾고 싶다는 욕심이 늘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수도권보다 지역에 더 애착이 갔다. 그러다 우연히 로컬크리에이터를 위한 교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8주간 소셜벤처기업 ‘RTBP(Return To Busan Port) 얼라이언스’가 주관한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수업을 들은 후 부산으로 가야 겠다고 결정했다. 부산은 참 매력적인 도시였다. 지금까지 부산을 바다가 있는 도시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부산은 여러 가지 색깔을 갖고 있는 곳이었다. 영도를 비롯해 부산 곳곳의 지형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함께 역사성이라는 문화적인 가치도 품고 있었다.

교육을 통해 부산의 잠재력도 발견할 수 있었다. 부산에는 부산국제영화제로 대표되는 영상산업 기반이 잘 구축돼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부산이 가진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나는 이러한 부산의 강점을 살려 1인 크리에이터에게 부산을 소개하는 영상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국내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해외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면 사업성과 지역성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부산 중구에 자리를 잡고 사업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부산행을 결심한 내게 주변 지인들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생산자 관점에서 부산은 매우 열악한 도시라는 것이다그래도 나는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아쉬운 점도 여전히 많다. 부산은 사업 아이템을 공유하거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인적 네트워크가 수도권보다 열악하다. 또한 청년 크리에이터를 위한 지원도 아직 부족하다. 나는 임대료 지원과 같은 단순한 하드웨어적 지원이 아니라 창업 시작 단계부터 끝까지 전반적인 관리와 조언을 해주는 소프트웨어적 지원이 절실하지만, 수도권과 달리 부산에서는 이러한 지원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부산에 매료된 나는 낮선 도시를 직접 찾아왔고 이제 출발점에 섰다.


사진=강선배 기자 ksun@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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