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화명고가교 경관사업… “부산시 믿었는데” 주민 분통
부산시가 산성터널 접속도로인 화명고가교의 경관조명 사업을 약속해놓고 예산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아 절반 이상 구간이 2년이 넘도록 불을 밝히지 못한 채 방치돼있다. 고가교 지하화를 요구했던 화명동 주민들은 부산시가 주민들을 속인 격이라며 반발한다.
6일 북구청에 따르면 화명동 화명고가교 경관개선사업은 현재 전체 400m 구간 중 140m가량에만 공사가 완료된 뒤 공사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북구청과 부산시 건설본부가 협의해 추진된 이 사업은 화명고가교 교량 하부에 조명 등을 설치해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총 400m구간 중 140m만 공사
예산 미확보로 2년째 중단 상태
“시, 경관 개선 약속 해놓고 방치”
야간 안전 우려·주민 무시 지적
2007년 착공해 2015년 완공된 화명고가교는 추진 당시 화명동 상업지역과 주택가 인근을 가로질러 지역 단절과 조망권 침해 등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가교를 지하화해달라는 주민 요구가 많았고, 부산시는 2016년 주민 협의를 거쳐 경관개선사업을 약속했다.
당시 부산시는 특별교부금 등 형태로 총 38억 원 예산을 지원하고, 북구청은 이를 활용해 5개 구간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2018년 10월 부산시의회 시정질의에서도 부산시 김종경 도시계획실장은 “38억 원을 투입해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공사는 2019년 12월 5개 구간 가운데 2개 구간을 완료한 이후 2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부산시가 전체 예산 중 20억 원가량만 지원한 뒤 나머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부산시 건설본부는 국비인 도로 공사 예산 일부로 충당하려 했지만 정부로부터 경관사업에는 해당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특별교부금 등 재원으로 20억 원가량만 확보했다.
북구청은 부산시의 예산 지원이 없는 한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라 나머지 3개 구간의 사업이 언제까지 지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이 추진된 지 6년이 되도록 부산시가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자 지역 주민과 정치권에서는 시에 대한 비판이 높다.
화명동 주민들은 지역 주민들의 항의에 결국 지하화된 장전지하차도 사례를 들면서 “부산시를 믿고 협의했는데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관조명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은 인근 아파트 단지 부근이라 야간에 안전을 우려할 정도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명동 대우이안아파트 손재순 입주자대표는 “지역 주민들은 부산시에 사기당한 격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약속을 믿고 기다린 주민들만 무시당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구의회 정기수 의원도 “부산시가 북구를 우롱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루빨리 나머지 구간의 공사가 시행될 수 있도록 부산시가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당시 경관개선사업 예산이 도로 공사 비용에 포함되지 못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예산담당 부서와 협의해 사업비용이 최대한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