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지식으로 무장한 신세대 농부, 스페셜티 커피 열풍 주역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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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커피도시 부산] 3. 커피 대국 부활 꿈꾸는 에콰도르

1980년대 비해 생산량 10분의 1 수준
커피 재배 포기하고 사탕수수 등 재배
최근 5년 새 커피 생산량 완만한 반등
커피 경진대회 활성화로 동기 부여
“로하 커피가 고급 커피 대명사 되도록”
가능성 엿본 젊은 농부들 커피에 도전

에콰도르 로하의 커피 생산자 파블로 안드레 에기구렌 씨는 첫 수확한 커피로 COE 2위를 차지했다. 에콰도르 로하의 커피 생산자 파블로 안드레 에기구렌 씨는 첫 수확한 커피로 COE 2위를 차지했다.
농학자 세르비오 곤잘레스 씨는 새로운 농업 기술로 커피 재배에 뛰어들었다. 농학자 세르비오 곤잘레스 씨는 새로운 농업 기술로 커피 재배에 뛰어들었다.

부산을 비롯한 국내에서 좋은 품질의 에콰도르 스페셜티 커피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에콰도르 스페셜티 커피는 적은 생산량 탓에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적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커피 벨트’ 한가운데 자리한 에콰도르는 스페셜티 커피를 키우기에 최적의 자연 환경을 갖고 있다.



■생산량 적어도 알찬 품질

에콰도르는 한때 커피 생산 대국이었다. 주변 나라에 비해 국토 면적은 작지만, 커피를 재배하기 딱 좋은 천혜의 자연 환경 덕분에 남미의 주요 커피 생산국으로 꼽혔다. 1980년대만 해도 200만 포대(1포대 60kg)의 커피를 생산했지만, 약 40년 만에 커피 생산량은 26만 포대 수준으로 수직 낙하했다.

커피는 키우기 까다로운 데다 생산된 커피 대부분이 품질과 관계없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커머셜 커피(시판용 커피)로 팔려 생산자들이 커피 재배를 포기했다. 대신 사탕수수, 코코아, 옥수수 같은 작물을 심었다. 이런 에콰도르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3의 물결’이라고 불리는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면서, 스페셜티 커피를 위주로 커피를 재배하는 생산자가 늘고 있다.


실제로 시장·소비자 데이터 포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에콰도르의 커피 생산량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6~2017 시즌 에콰도르 커피 생산량은 17만 포대에 불과했는데, 2019~2020 시즌 27만 5000포대까지 생산량이 늘어났다. 2020~2021시즌 다시 26만 1000포대 수준으로 다소 생산량이 줄긴 했지만, 최근 5년 사이 커피 생산량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

커피 업계 전문가들은 에콰도르의 커피 생산량이 반등하고 있는 이유로 스페셜티 커피 경진 대회 활성화와 이른바 ‘뉴 제너레이션(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꼽았다.


■‘타사 도라다’가 가져온 변화

커피 대국에 둘러싸인 에콰도르는 커피 생산 붐을 일으키고 품질 향상을 위해 자체적으로 커피 경진대회를 만들었다. 비영리 단체가 국가별로 개최하는 커피 경진대회 COE(컵 오브 엑설런스)가 이미 존재했지만, 에콰도르 커피협회는 2007년 자체 커피 경진 대회인 ‘타사 도라다(Taza Dorada)’를 별도로 만들었다. 영어로는 ‘골든 컵’이라는 뜻이다.

타사 도라다는 에콰도르 커피 생산자에게 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할 동기를 부여하고, 에콰도르 커피 생산 방향을 커머셜 커피에서 스페셜티 커피로 전환하도록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어졌다.

에콰도르 커피 종합 회사 카페콤의 비니시오 다빌라(62) 대표는 “대회 개최 후 10년이 흐르자 세계가 에콰도르 커피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15년이 지난 지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에콰도르 커피의 품질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타사 도라다에서 우승하거나 순위권에 든 에콰도르 커피는 다이렉트 트레이딩이나 옥션을 통해 부산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에서 소개되고 있다.

2017년 타사 도라다에서 1위를 차지한 커피는 100점 만점에 82점 수준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91~92점 수준이 되어야 우승할 수 있을 정도로 커피 품질이 높아졌다. 이 같은 환경 속에 지난해 처음으로 에콰도르에서 COE가 열리기도 했다.


■‘뉴 제너레이션’이 꿈꾸는 미래

에콰도르 스페셜티 커피 ‘뉴 제너레이션’은 대학 교육을 받은 20~30대와 각종 농업 지식을 겸비한 농학자다. 타사 도라다나 COE를 통해 생산된 커피가 높은 순위에 오르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컸다. 최근 5년 사이 각종 지식으로 무장한 뉴 제네레이션이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엘 아구아카테’ 농장의 생산자 파블로 안드레 에기구렌(30) 씨는 2019년 커피 재배를 시작했다. 사탕수수 등 다른 작물을 키우던 가족 농장 일부에 커피나무를 심었다. 그는 첫 수확한 커피로 지난해 열린 에콰도르 COE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에기구렌 씨는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는데 커피 품질 관리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면서 “농장이 있는 로하 지방의 커피가 마치 와인의 샴페인처럼 고급 커피의 대명사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농학자로 대형 농업회사에서 근무했던 세르비오 곤잘레스(46) 씨는 7년 전 커피 재배에 뛰어 들었다. ‘클라라 루즈’ 농장에서 나오는 그의 커피는 지난해 타사 도라다에서 2위와 4위에 올랐다. 곤잘레스 씨는 “농업 기술과 결합하면서 앞으로 에콰도르 스페셜티 커피의 미래는 더욱 밝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에콰도르 로하/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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