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아웃복싱/서연우(19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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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략)

2

화요일 아침 잠만 자던 그가 전화로 소리쳤다

젖 먹던 힘이 어떻게 와이드 오픈되는지

언제나 챔피언인 줄 알았다 그는

내가 그의 챔피언이 되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3

왼쪽 다리 없는 남자와 오른쪽 다리 없는 여자가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당신이시여

저것은 훅일까요 스트레이트일까요

- 월간 〈현대시〉(2020년 12월호) 중에서


아웃복싱은 인파이터들에겐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링을 넓게, 팔은 길게 쓰는 아웃복서들에겐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다. 또한 복싱 경기의 동선을 아름답게 하는 측면도 있다. 우리 사는 일상도 아웃복싱처럼 치고 빠지는 그림들이 아닌가.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함에는 나설 때 나서고 물러날 때 물러남이 있었다. 시인은 언제나 나의 챔피언인 줄 알았던 그가 아프자, 이젠 자기가 그의 챔피언이 되어 주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 ‘왼쪽 다리 없는 남자와 오른쪽 다리 없는 여자가 결혼식을’ 하듯, 이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한 방 먹일 수 있는 길은 서로의 아픔을 도와주는 것. 그것은 훅이자 곧 스트레이트일 것이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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