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지에 희망 전한 ‘캄보디아의 친구들’ 이태석 봉사상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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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등 2007년부터 활동
무료진료소·직업학교 설립·운영
“너도 남을 도울 수 있어” 희망 전해
500여 명 후원자 둔 단체 성장
장학사업 등 학생 자립 적극 지원

캄보디아 현지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정효경(왼쪽) 대표 모습. 캄보디아의 친구들 제공 캄보디아 현지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정효경(왼쪽) 대표 모습. 캄보디아의 친구들 제공

16년간 캄보디아에서 의료 봉사와 기술 교육 등을 펼쳐온 ‘캄보디아의 친구들’이 제12회 이태석봉사상 수상 영예를 안았다.


‘캄보디아의 친구들’ 정효경 대표는 캄보디아 의료 취약 지역의 한 가정을 방문했던 10여 년 전 그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기본적인 살림살이도 넉넉치 않던 조그만 집에서 한쪽 벽에 걸려있는 깨끗한 칫솔 하나. 봉사활동을 왔던 다른 단체에서 집집마다 나누어준 위생 물품인데, 칫솔은 1개고 식구는 많으니 사용하지 않고 기념품 삼아 벽에 걸어둔 것이었다.

정 대표는 “사탕수수 같은 나무 줄기를 빨면 단맛이 나니 그걸 먹느라 아이들 치아가 온통 새까맸다”며 “수도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집 벽에 걸려있던 칫솔을 본 뒤 이 닦기 교육과 칫솔 보급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캄보디아로 현지 의료 봉사활동을 다녀온 치과의사, 간호사, 교사 등 15명으로 시작된 ‘캄보디아의 친구들’은 약 500명 후원자를 둔 후원 단체로 성장했다. 16년간 캄보디아 의료 취약 지역으로 매년 의료 봉사단을 파견해 일주일 간 현지에서 내과, 치과, 산부인과 진료를 벌였다. 또 직업학교를 설립해 기술을 가르치고, 장학사업을 통해 현지 학생들이 자립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드는데 힘 써왔다.

첫 의료봉사 때 단체와 인연을 맺은 중학생 썸보와 씨누언은 장학사업을 통해 치과의사가 됐다. 이들은 현지에서 또다른 불우한 이들을 돌보고 있다. 지금도 현지 학생 4명은 단체의 지원을 받으며 간호학, 약학, 치의학 등을 공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치과는 기구와 장비가 많기 때문에 현지로 옮기는 데 힘이 많이 들었다”며 “상설 진료소를 열고 현지 의사가 진료하게끔 하기 위해서 일종의 ‘치과의사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아무래도 현지에서 어린 중고생을 만나 활동하다 보니 우리를 보면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너희들도 남을 도우면서 살 수 있다고 이야기 해주곤 했다”고 전했다.

단체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수요가 많은 분야에 대한 직업교육도 실시한다. ‘캄보디아의 친구들’이 설립비와 운영비를 단독으로 지원해 2008년 설립된 ‘코미소 기술학교’는 현지 학생들에게 재봉, 미용, 오토바이 수리, 이발 등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 외곽지역마저 부동산 붐이 일며 땅값이 오르고 개발이 진행되자 단체는 프레이벵, 컨달, 쁘놈쁠락 등 더욱 열악한 지역으로 진료를 다니기도 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는 쁘놈쁠락에서 초등학교 신임교사들에게 월급을 지원했다. 2012년에는 쁘놈쁠락 지역에서 교실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상케 초등학교 설계·건축비 6만 5000불을 지원했다.

16년간 캄보디아 현지에서 벌여온 의료·교육 지원 등 공로를 인정받은 캄보디아의 친구들은 10일 부산시청에서 제12회 이태석봉사상을 받았다. 이태석봉사상은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 이태석 신부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제정됐다.

정 대표는 “계속 현지에서 헌신한 이태석 신부님 처럼 제 삶을 완전히 내려놓고 활동했던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오래 지나다 보니 꾸준함을 많이 봐주신 것 같다”며 “현지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김지훈 신부님께 가야할 상을 대신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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