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단도 인천으로 입·출국… 공항 경쟁력 뒤지는 부산 [엑스포 최대 변수 가덕신공항]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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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노선 없는 김해공항 탓
인천-김해 갈아타기 불편 초래
가덕신공항 조기개항 무산 땐
엑스포 유치전 걸림돌 될 듯
정부, 2030 개항 의지 약한 데다
TK신공항도 악영향 가능성

가덕신공항이 들어서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신항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가덕신공항이 들어서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신항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와 관련, ‘가덕신공항’의 2030년 완공 여부가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다. 부산의 2030월드엑스포 유치 경쟁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비교해 ‘공항 경쟁력’에서 뒤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월 부산을 방문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지 실사단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출국할 예정이어서 유치 후보 도시로서의 교통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에 있어 다른 어떤 기준보다 교통 기준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여부가 국제박람회기구의 현지 실사 전에 확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 정치권이 2028~30년에 TK통합 신공항을 완공하겠다고 속도전을 펼치고 나서는 바람에 2030월드엑스포 유치가 국내에서 방해받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31일 국회 2030부산엑스포 유치특위 등에 따르면 BIE 실사단은 4월 현지 실사를 위해 한국을 찾을 때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4월 3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국내에서 4박 5일 일정을 마치고 난 후인 4월 7일 다시 인천공항으로 출국한다.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실사단은 곧바로 서울로 이동해 이틀간 환영 행사, 정치·경제인 면담 등 일정을 소화한다. 부산에는 입국 다음 날인 4일 오후 KTX로 이동한다.

실사단은 이어 출국 당일인 7일 김해공항에서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으로 이동한 후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하는 동선을 잡고 있다. 실사단 참여자들이 프랑스 파리를 목적지로 한다면 출국 길만 길게는 20시간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가덕신공항이 2030년 이전에 조기 개항하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BIE 실사단은 이번 한국 방문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찾게 될 전 세계 관람객들이 겪을 교통 상황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밖에 없다.

실사단의 ‘동선’은 오랜 기간 부산·울산·경남(PK)을 비롯한 남부권 주민이 지속해서 제기해 온 ‘출입국 불편’ 문제를 그대로 담고 있다. 김해공항에는 공항 시설 등의 문제 때문에 미주, 유럽 등의 장거리 노선이 없다. 이 때문에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PK지역 주민들은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해 길게는 하루 정도의 일정을 허비해 왔다.

문제는 2030월드엑스포 유치 경쟁 도시 가운데 부산처럼 ‘경유’ 노선을 이용해야 입국이 가능한 도시는 없다는 점이다. 사우디 리야드의 경우 세계 최대 규모 신공항을 2030년까지 건설할 계획이고, 이탈리아 로마에는 3.7~3.8㎞ 길이 활주로 4개를 보유한 국제공항이 있다. 부산보다 공항 경쟁력이 약한 도시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오데사(활주로 2본) 정도다.

이런 상황은 2030월드엑스포를 부산에 가져오려면 2030년까지 가덕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BIE 실사단이 현지 실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할 때에 정부와 부산시가 2030년까지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약속하고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핵심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덕신공항을 개항하지 못한 채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성공한다면 항공 대란은 불가피하다. 김해공항은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슬롯(이착륙 가능 횟수)이 사실상 포화상태여서 국제선을 추가하기 어렵다. 결국 엑스포 관련 외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부산에 왔다가 출국할 때도 다시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가덕신공항의 2030년 개항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가 2030년 개항에 분명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데다 공법 문제 등으로 실제 공사가 시작되는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TK신공항과의 경쟁도 가덕신공항의 조기 개항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TK신공항은 2028~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 시절에 발의한 TK신공항 특별법의 경우 ‘군공항 이전과 동시에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조기 건설’이라는 무리한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되고 있다. 2030년 가덕신공항이 아닌 TK신공항이 개항할 경우 ‘엑스포 효과’는 TK신공항이 누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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