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기준, ‘중대 범죄’ 한해 만 13세로 낮춘다
조건부 하향 성평등부 권고안
오늘 국무회의에서 보고 예정
“사안 따라 엄격한 처벌” 더불어
“땜질식 처방 경계” 비판 시각도
정부가 형사미성년자인 이른바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단 일괄적인 연령 하향이 아닌 살인과 강도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상습적으로 범행을 일삼는 경우에 한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조건부 하향 방식이다. 부산 일선 학교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성평등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담은 권고안을 30일 국무회의에 보고한다. 성평등부와 법무부 등 정부 부처는 지난 3월부터 사회적 대화협의체를 통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여부를 검토했다. 촉법소년이란 범죄 행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을 가리킨다.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가 의견을 모은 이번 절충안의 핵심은 '조건부 하향'이다. 지난 3~4월 진행된 사회적 대화협의체 공론화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현행 기준 유지를 권고했지만 일반 시민과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엄벌 요구가 거세자 '중대 범죄'에 한해 만 13세로 낮추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중대 범죄의 세부 기준은 법무부가 정해나갈 방침이다. 국회에 발의된 형법 개정안들을 참고할 때 △살인 △강도 △강간·추행 등 성범죄 △집단폭행 등이 중대 범죄에 포함될 전망이다. 아울러 소년원에 3차례 이상 송치되는 등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소년 역시 형사책임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촉법소년의 연령이 하향되면 형사처벌을 받는 청소년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촉법소년은 형법상 책임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돼 범죄를 저질러도 전과 기록이 남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신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 송치나 사회봉사 등의 보호처분(1~10호)을 받는다. 촉법소년 제도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미성년자의 경우 처벌보다는 교화와 성장에 초점을 맞춰 올바른 사회인으로 자라날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중대 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이 늘면서 연령 하향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29일 경찰청이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잠정치)까지 최근 3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인원은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 1만 9653명 △2024년 2만 814명 △2025년 2만 1095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범죄 발생 비율은 훨씬 가파르게 뛴 셈이다.
특히 이번에 연령 하향 대상이 되는 만 13세의 비중이 크다. 만 13세 송치 인원은 △2023년 9686명 △2024년 1만 484명 △2025년 1만 485명으로 전체 촉법소년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범죄 유형 역시 악화하고 있다. 2021년과 2025년의 소년부 송치 사건의 유형을 살펴보면, 살인(2건→0건)과 강도(11건→6건)는 다소 줄었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은 398건에서 739건으로 85.7%나 급증했다. 절도(5733건→1만 110건)와 폭력(2750건→5520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번 조치를 두고 교육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일권 부산교육연구소 이사장은 “과거와 다르게 학생들의 범죄가 영악해져 교육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낙인 효과 등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사안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땜질식 처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부산교사노조 김한나 위원장은 “국민들이 연령 하향을 외치는 것은 국가 기능 부재와 교육 당국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촉법소년 연령을 내리더라도 예방과 교정·교화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없다면 13세 다음엔 12세, 11세로 연령 하향 요구만 끝없이 반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