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어 숨 쉬나 했더니” 한숨만 더 커진 대학가 상권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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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앞 상가 곳곳에 ‘임대 문의’
부산대 앞 상가 4곳 중 1곳 비어
공실률 15.8%서 1년 새 24.8%
고물가에 학생들 지갑도 닫혀
익숙한 비대면·신입생 감소 탓
개강 앞두고도 상권은 ‘빙하기’

22일 오전 10시 부산 금정구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3번출구 인근 상가 3곳이 전부 공실 상태다. 나웅기 기자 wonggy@ 22일 오전 10시 부산 금정구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3번출구 인근 상가 3곳이 전부 공실 상태다. 나웅기 기자 wonggy@

개강을 코앞에 두고 활기를 띠어야 할 대학가 상권에 찬바람이 매섭다. ‘위드 코로나’로 빠른 회복을 기대했던 상인들은 학생 수 감소, 고물가 벽에 부딪혀 또 한 번 깊은 시름에 빠졌다.

22일 오전 10시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젊음의 거리. 영업 중인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가들이 텅텅 비었다.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3번 출구에서 학교 방면 200m 구간의 상가 60여 곳 중 15곳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었다. 4곳 중 1곳은 공실인 셈이다.

비슷한 시각 남구 경성대와 부경대 앞. 여기도 분위기가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평소 유동 인구가 많고 장사가 잘되기로 소문난 곳이지만, 코로나19 확산 때 비워진 중·대형 점포들이 아직 채워지지 않아 스산했다.

경남 김해시 인제대 정문에서 대우유토피아아파트 방향 100m 구간에는 점포 5곳이 비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회색빛 바닥에는 독촉을 알리는 고지서만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인근의 공인중개사무소 김철웅 소장은 “가장 많이 문을 닫은 업종은 식당과 술집이다. 원래 대학가는 4~5개월 바짝 벌어 1년을 버텼는데 지금은 불가능한 상태”라며 “가게 문을 닫아도 권리금 회수를 위해 월세를 내며 계약을 유지하는 상가 임차인도 제법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대 앞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4.8%로 2021년 15.8%에 비해 크게 늘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지난해 4분기 12.1%로 부산 평균 5.0%보다 한참 높았다. 지난해 경성대와 부경대 인근 중·대형 상가 공실률 역시 전년 대비 2.5%P 증가했다.

봄을 맞아 대학 상권도 활짝 필 것처럼 보였으나, 코로나19 때 이미 몰락한 상권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비대면에 익숙한 학생들은 학교 근처에서 단체로 만나는 활동을 선호하지 않는다. 게다가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워진 경기도 학생들의 지갑을 닫게 하는 데 한몫했다.

부산대 재학생 이 모(21) 씨는 “학생이라 돈이 많지 않아 오른 점심값이 부담된다”며 “학교 근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보다 학식을 먹는 게 저렴하고 훨씬 낫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비싼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친구들과의 모임을 집에서 갖는다고 말했다. 인제대 재학생 고하늘(20) 씨는 “술을 마실 때는 주로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먹는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라며 “가게에서 파는 술은 너무 비싸다. 4000~7000원 수준이다. 마트에서 사면 절반 수준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장기간 이어진 비대면 수업과 거리 두기는 학생들의 생활 형태도 바꿔 놓았다. 인쇄·출판업을 하는 이영복(64) 사장은 “비대면 수업 시행을 기점으로 전자책 사용이 크게 늘었다. 하루 1~2명 정도 가게를 찾는다. 개강 때 교재를 만들러 오던 학생들도 많이 줄었다”며 “권리금도 포기하고, 재고 종이만 소진되면 폐업할 예정”이라고 토로했다.

지역 대학 입학자가 점차 줄어드는 것도 대학 상권 침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3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부산의 대학 13곳 중 부산대를 제외한 12곳이 신입생을 100% 충원하지 못했다. 대학 상권의 주요 소비층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부산뿐만 아니라 인제대 상권에서도 나타난다. 인제대 재학생 수는 최근 2년간 10%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7857명으로 2020년 9154명보다 1297명이 줄었다.

대학 상권 침체가 길어지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프집을 운영 중인 이 모 씨는 “개강을 앞둬 매출 상승을 기대했으나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래갈 것 같다”며 “지난해 여름에는 에어컨을 켜는 것이 아까워 쉬기도 했다.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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