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점 날아다니고 불빛 번쩍인다면? ‘망막박리’ 의심을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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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이 안구 내벽서 떨어지는 망막박리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실명까지 초래
비문증·광시증 있다면 안과 검진 받아야

본격적으로 망막박리가 진행되면 눈앞에 검은 커튼이 드리워진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눈앞에 검은 점이나 실뭉치 형태가 날아다니는 듯한 비문증은 망막박리의 전구증상이다. 동아대병원 제공 본격적으로 망막박리가 진행되면 눈앞에 검은 커튼이 드리워진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눈앞에 검은 점이나 실뭉치 형태가 날아다니는 듯한 비문증은 망막박리의 전구증상이다. 동아대병원 제공

‘눈앞에 연극 무대처럼 커튼이 드리운다면, 혹은 눈앞에 눈송이처럼 무수한 점이 날아다니기 시작한다면….’ 얼핏 시적으로 들리지만 이런 상태를 경험한다면 안과를 찾아야 할 때다.

망막박리는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질환으로, 최근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망막박리 환자는 2017년 7만 6392명에서 2022년 11만 4988명으로 5년 새 50%가량 증가했다.


■비문증·광시증 나타났다면 검진 필요

망막은 안구 가장 안쪽에 위치하며, 사진기로 비유하면 필름에 해당한다. 망막박리는 망막이 안구의 바닥, 즉 내벽에서 떨어져 들뜨는 상태를 말한다. 망막박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전구증상으로는 비문증과 광시증이 있다. 비문증은 눈앞에 검은 점, 실뭉치, 모기 같은 형태가 날아다니는 증상을 말한다. 눈을 움직이면 그쪽 방향으로 따라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광시증은 눈을 좌우로 움직일 때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듯이 주변에 번쩍번쩍 빛이 보이는 증상이다. 비문증과 광시증은 질환과 관계없이 정상적인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망막박리 전 경고 증상일 수도 있으니 반드시 안과에서 확인해 봐야 한다.

망막박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눈앞에 거무스름한 커튼이 드리워진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망막이 박리된 영역만큼 시야가 결손되는 것으로, 시야 주변부에서 점점 정중앙을 향해 진행한다. 보통은 수시간에서 수일 내에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한다. 시야 중심부인 중심망막(황반)까지 박리되면 중심 시력이 심하게 떨어지며, 변시증이나 색각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 다만 중심망막이 아직 박리되지 않았고 망막 주변에서만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적인 경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시력교정술을 위해 안과 검사를 받는 중에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망막박리의 가장 흔한 형태는 외상·수술·고도근시 등으로 인해 망막이 찢어지고 구멍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열공 망막박리’다. 눈의 내부를 채우고 있는 유리체가 고도근시나 노화로 인해 액화돼 망막으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에서, 강한 유착이 있는 부위의 망막을 잡아당겨 찢어지거나 구멍이 생긴다. 이렇게 손상된 부분으로 유리체액이 유입되면서 망막이 떨어지게 된다. 이 외에 견인막의 수축 때문에 망막이 떨어지는 ‘견인 망막박리’, 망막과 맥락막의 염증으로 삼출물이 고이면서 망막이 떨어지는 ‘삼출 망막박리’가 있다.

동아대병원 정우진 안과 교수가 망막박리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동아대병원 정우진 안과 교수가 망막박리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 없이 치료 가능

망막박리의 치료 목적은 떨어진 망막을 원래 위치에 다시 붙이는 것으로, 수술적 치료가 원칙이다. 환자의 전신 상태와 망막박리 상태에 따라 적절한 수술법을 선택한다.

안구 바깥쪽에 실리콘 밴드를 둘러서 망막을 붙이는 공막돌륭술과, 안구 안의 유리체를 제거하고 가스나 실리콘 기름 등을 넣어서 망막을 내부에서 눌러 붙이는 유리체절제술이 대표적인 수술 방법이다.

열공 망막박리의 경우에는 열공 주위로 레이저 시술을 시행해 조직이 서로 붙도록 유도한다. 수술이 잘 됐더라도 일정 기간 고개를 숙이거나 엎드린 자세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아대병원 정우진 안과 교수는 “수술 후 결과는 수술 전 망막의 상태, 망막박리의 정도, 망막이 들떠 있던 기간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며 “망막이 떨어진 범위가 넓거나 망막박리가 오래된 경우, 신경이 모여 있는 황반 중심 부분이 떨어져 오래 지속된 경우에는 예후가 나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망막박리는 후유리체박리가 시작되는 중년 이후 더 많이 발생하지만 모든 나이에서 발생할 수 있다. 가족 중 망막박리가 있는 경우, 반대쪽 눈에 비외상성 망막박리가 있었던 경우, 망막열공, 망막변성, 고도근시, 눈 속 염증 질환(망막혈관염·포도막염 등), 후유리체박리, 백내장 수술 등 안내 수술 경험이 있는 경우, 눈 외상, 선천성 눈 이상 등이 있는 경우 망막박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또 대사장애 환자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유발 인자가 많을수록 망막박리 위험성이 더 커지므로, 위험 인자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망막박리는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 외적인 예방적 치료 방법으로는 냉동치료와 레이저치료가 있다.

정우진 교수는 “망막박리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며 “수술 장비와 수술법의 발달로 수술 성공률이 95% 이상이므로 조기 진단과 빠른 수술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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