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민희진 갈등 점입가경, 시총 1조 날아갔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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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가요 기획사 하이브
소속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
경영권 탈취·배임·노예 계약 등
첨예한 대립 속 진실 공방 격화
“하이브 멀티 레이블 전략 타격”
“뉴진스 보스 주술 의혹 파장”
CNBC 등 외신도 향방에 주목

가요 기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모기업 하이브 간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요 기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모기업 하이브 간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요 기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모기업 하이브 간 내부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배임 의혹 등을 두고 양측이 연일 반박에 재반박을 이어가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외신들도 ‘K팝 산업의 성장통’을 드러낸 문제라며 이번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의 경영권 탈취 시도 정황을 파악했다며 지난 22일부터 감사에 착수했다. 지난 25일에는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민 대표는 같은 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시간 10분간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반박했고, 하이브는 다음 날 민 대표의 12개 주장에 대응하는 입장을 냈다. 양측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지난 1주일간 하이브 시가총액은 1조 원 넘게 증발했다.

쟁점은 △경영권 탈취 △노예 계약 △뉴진스 카피·홀대 △무속인 경영 개입 등이다. 먼저 민 대표는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의혹에 “자신이 최근에 한 ‘내부 고발’ 때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사담을 진지하게 포장해서 저를 매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경영권 찬탈을 계획하거나 실행에 착수한 게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반면 하이브는 “긴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제 3자의 개입이 동반되면 더 이상 사담이 아니라 계획과 실행”이라며 “옵션 행사로 획득할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하고, 행동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권리침해소송, 투자사, 여론전 등의 용어가 적시된 문건이 여러 건 발견된 것을 농담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 대표가 주장한 ‘노예 계약’ 여부도 이번 사태의 쟁점이다. 민 대표는 “주주 간 계약 때문에 제가 하이브를 영원히 못 벗어날 수 있다고 압박받는 상황”이라고 주장했고, 하이브는 “‘경업 금지’는 어느 업종에나 흔히 있는 조항”이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경업 금지 의무’는 근로자 스스로 사용자의 사업과 경쟁될 수 있는 사업을 스스로 경영하는 걸 금지하는 걸 의미한다. 하이브는 “민 대표는 올해 11월부터 주식을 매각할 수 있으며, 매각한다면 당사와 근속 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11월부터 경업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영원히 묶어놨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뉴진스 홀대’ 논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뉴진스를 ‘하이브 1호 걸그룹’으로 데뷔시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뉴진스를 일정 기간 홍보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뉴진스를) 본인의 별도 레이블에서 데뷔시키겠다고 강력히 주장했다”면서 “레이블 쏘스뮤직과 민 대표 간 논쟁으로 뉴진스 데뷔 일정이 밀리면서 걸그룹 르세라핌이 먼저 데뷔했고, 서로 최소 홍보기간을 설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뉴진스 컴백에 즈음해 이번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데 대해선 양측 모두 ‘상대 탓’으로 맞서고 있다.

민 대표가 실제로 ‘주술 경영’을 했는지에 대한 여부도 이번 사태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이브는 포렌식으로 확보한 민 대표와 한 무속인의 대화록을 근거로 민 대표가 ‘주술 경영’을 했다고 지적했고, 민 대표는 ‘무속인은 지인일 뿐’이라며 반발했다. 민 대표는 무속인과의 대화는 지인과의 대화일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하이브는 “다양한 경영 이슈를 무속인의 제안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했고, 채용 청탁도 받은 사실을 회사는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대립하고 있다.

한편, 외신들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며 앞다퉈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CNBC는 “다양한 음악과 콘텐츠가 만들어지도록 소속사가 여러 독립 레이블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전략’에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하이브가 주장한 민 대표의 ‘주술 논란’을 인용해 “스포티파이에서 매달 1700만 명이 듣는 음악을 낸 뉴진스의 K팝 보스가 주술 의혹 등에 휘말렸고, 큰 파장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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