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라차 소스 품귀·카카오 가격 급등… 식탁 덮친 이상 기후
가뭄 탓 스리라차 원재료 부족
온라인서 열 배 넘는 가격에 거래
세계 2위 쌀 공급 태국 생산 차질
폭우로 카카오 13년 만에 최고가
최근 이상 기후변화가 일반 가정의 식탁도 덮쳤다.
가뭄 탓에 인기 소스인 스리라차 소스가 품귀 현상을 보이며 가격이 수직 상승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태국에서는 쌀과 설탕 공급이 부족해질 우려가 커져 이들 식품의 가격이 오를 조짐을 보인다. 아프라카에서는 폭우로 인해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의 가격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 CBS, CNN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최근 스리라차 소스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스리라차의 핵심 원재료인 붉은 할라페뇨 고추를 생산하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멕시코주, 멕시코 일대에 수년간 가뭄이 이어진 결과다. 스리라차는 붉은 할라페뇨 고추를 베이스로 소금과 설탕, 마늘, 식초 등을 첨가한 양념이다.
미국 내 스리라차 소스의 ‘원조’로 통하는 캘리포니아주 어윈데일 소재 식품업체 후이퐁 푸드는 이미 3년째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상표에 수탉 그림을 써서 ‘닭표’란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 업체는 연간 5만t에 이르는 할라페뇨를 써왔는데 연이은 흉년으로 필요한 만큼 재료를 구할 방도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일시적으로 스리라차 소스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스리라차 공급이 줄자 온라인상에서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붙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상 17온스(약 481g)들이 병당 5달러(약 6500원) 미만에 팔리던 제품을 열 배가 넘는 가격에 되팔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실제,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에는 17온스와 28온스(약 793g)짜리 스리라차 소스가 병당 39.98달러(약 5만 2000원)에서 70달러(약 9만 2000원) 사이에 올라와 있다. 아마존에선 심지어 스리라차 소스 두 병을 묶어 팔면서 124.95달러(약 16만 5000원)라는 가격을 적어둔 상인도 있었다.
세계 2위 쌀 공급국인 태국에서는 가뭄으로 세계적 쌀, 설탕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 보도에서 이번 몬순 우기 전국 강수량이 예년보다 10% 정도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엘니뇨 현상이 시작되면 강수량은 향후 2년간 더욱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엘니뇨는 적도 지역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으로 그동안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 남미에서는 폭우로 이어져 다양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엘니뇨 현상이 심각해져 가뭄 재해가 쌀 생산 시기와 겹치면 태국은 세계 2위 쌀 공급 국가로서의 입지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9년에도 태국에선 쌀 출하량이 평년의 3분의 1 수준인 760만t으로 급감했다. 설탕 생산도 3년 만에 처음 감소하면서 최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인 정제 설탕 가격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됐다. 태국은 2022~23년 1100만t의 설탕을 생산했으며 이 중 80%를 수출한 것으로 추산됐다.
서아프리카에서는 폭우로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가격이 13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 등 카카오 주산지에서는 최근 폭우로 카카오를 부패시키는 흑점병이 확산해 생산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영국 런던거래소의 카카오 선물 가격이 올해 들어 20% 이상 급등했으며 이날 t당 2544 파운드(약 361만 원)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생산 농가들은 지난 2일까지 이번 시즌 224만t의 카카오를 출하했으나 이는 1년 전의 생산 예상치 229만t보다 소폭 줄어든 양이다.
한편 기후 행동가들이 스페인에서 심각한 가뭄에도 골프장들이 너무 많은 물을 쓴다며 골프장 10곳의 홀을 흙으로 메워버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환경운동단체 ‘멸종 반란’(XR)은 지난 2일 영상을 통해 스페인 활동가들이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바스크, 나바라, 이비자 등지의 골프장 홀을 메우는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XR은 성명에서 “홀마다 푸른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10만L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면서 “스페인의 골프장들이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두 도시의 물 사용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쓴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1월부터 가뭄이 지속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가뭄 피해가 심각하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