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파이나 일리 커피대학 이사 “갓 볶은 커피 수출할 획기적 포장법 개발 후 90년간 혁신 거듭”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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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카페는 1933년 헝가리 출신 장교인 프란체스코 일리가 창업한 회사입니다. 당시 유럽에서 가장 번성한 상업 도시인 이탈리아 베니스의 북쪽 항구가 트리에스테로 주요 물자가 거래되는 통로였거든요. 일리는 가장 신선한 커피를 접할 수 있는 트리에스테에 자리 잡고 커피 용기 개발을 비롯해 계속 혁신하는 회사로 거듭났습니다.”

일리 커피대학(UDC) 모레노 파이나(63) 이사의 말이다. 파이나 이사를 지난달 26일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시 일리카페 본사에서 만났다. 일리카페는 140개국에서 236개 카페와 숍을 운영하는 글로벌 커피 회사다.

“일리카페는 처음 사업을 시작한 도시에서 가치를 키워나가자는 의미에서 창립 이래 트리에스테를 지켜왔습니다. 이탈리아에 800여 개의 커피회사가 있는데요, 트리에스테는 일리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인지도가 높습니다. 커피를 수출입하기 유리한 트리에스테 항구를 끼고 있어 자연스레 커피 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 그 중요성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거죠.”

일리카페는 당시 비슷한 회사가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커피와 초콜릿을 함께 취급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하지만 1934년 가정에서도 갓 볶은 커피의 신선함을 느끼며 오랫동안 마실 수 있도록 개발한 캔 출시를 기점으로 커피 회사로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커피가 공기에 닿지 않도록 용기(캔) 안에 가스를 넣는 커피 포장 방법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때 개발한 캔 덕분에 일리카페가 전 세계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용기 자체는 특수할 것 없는 메탈 소재인데요, 신선함 유지를 위해 마지막 처리 과정에서 공기를 응축시켜 처리하는 일리만의 특별한 방법을 통해 신선도를 그대로 살려 용기에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방금 볶은 커피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 1934년 고완된 방식을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리카페는 커피와 관련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파이나 이사가 중책을 맡고 있는 일리 커피대학은 이탈리아 커피 문화 전파를 위해 일리가 1999년 만든 커피 전문 교육 기관이다. 2006년 해외 최초로 일리 커피대학 한국 캠퍼스가 생겼을 만큼,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현재 25개국에서 일리 커피대학을 운영 중이다.

“일리 커피대학은 크게 바리스타, 커피 애호가, 커피 생산자를 대상으로 커피 역사, 커피 유통 과정을 비롯해 최신 커피 정보를 알 수 있는 코스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32만 명의 졸업생이 나왔습니다.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원하는 수요가 있어서 우디네 대학, 트리에스테 대학과 일리가 협력해서 11개월짜리 석사 과정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11년 동안 한국을 포함해 35개국 330여 명이 석사 졸업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인에게 커피는 어떤 존재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탈리아인에게 커피는 문화이자 습관이죠. ‘커피 브레이크’라는 말처럼 잠시 일을 멈추고 충전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커피는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연결고리이기도 합니다. 41년 전 커피 무역업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커피산업에 입문했는데,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문화라고 확신합니다.”

트리에스테(이탈리아)/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이 기획은 부산테크노파크(산업기술단지거점기능지 원사업)와 〈부산일보〉가 함께합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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